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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국립국악원서 9순 축하공연 인간문화재 김천흥옹(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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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국립국악원서 9순 축하공연 인간문화재 김천흥옹(한국인터뷰)

입력
1998.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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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뒷받침돼야 춤 감동”궁중예악의 산 증인인 심소(心韶) 김천흥(金千興·89) 선생의 구순축하 공연이 16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다. 음악과 춤으로 국악계의 최고 어른께 바치는 후학들의 무대다. 김옹은 악·가·무를 한 몸에 지닌 예인이자 어린애같은 순수함과 다감한 인품으로 존경받는 원로. 요즘도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공연장을 부지런히 찾아 다니고 있다.

­참 정정하십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소싯적부터 소식·채식을 했지요. 조깅은 그만뒀어요. 요새는 일요일마다 등산을 합니다. 잠에서 깨면 누운채 여러 가지 전신운동도 하고. 돋보기 없이 신문도 보니까 눈은 괜찮은데, 귀는 한 쪽이 잘 안 들려 보청기를 낍니다』

­일과를 소개해 주십시오.

『국립국악원 원로사범이니까 국악원 공연 있으면 지도하고 가르치지요. 제일 큰 일은 내가 아는 음악을 남기는 겁니다. 있는 것만 알려진 옛 음악의 악보를 만들고 녹음 넣어둔 것을 정리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학들이 「예전에 이런 음악이 있었구나」 하고 참고라도 하지. 춤은 기록에 있는 것은 80년대 죄다 재현해놨으니 됐고. 음악은 전에 녹음했던 것 중 못 쓰게 된 것을 올 봄 하와이서 새로 녹음했어요』

­어전에서 춤춘 유일한 생존자이신데,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순종황제 50세 생신잔치였어요. 이왕직(李王職 )아악부 입학 이듬해인 1923년 음력 2월, 그러니까 열네살때 일이군요. 밤에 창덕궁 인정전에 촛불을 밝히고 순종황제와 윤황후가 나란히 앉으신 앞에서 열댓명이 춘앵전, 포구락(抛毬樂) 등 7∼8가지 춤을 췄지요. 그땐 춤이 뭔지도 몰랐어. 춤이 춤인가 보다 했지. 발 딛기가 겁이 나서 다리가 덜덜 떨렸는데 춤추다 보니 차츰 나아지더군』

­중요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첫 해(68년) 종묘제례악으로 첫 보유자가 되셨지요. 이 제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십시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각 종목 이수자가 스승품을 떠나도 계속 연마하고 공연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원형 보존도 문제예요. 음악이든 춤이든 세월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인데, 지정 당시와 달라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뭐가 옳은 건가 문제가 될 겁니다』

­해금 아쟁 양금을 두루 잘 하시는 줄 압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양금이 정악에서 큰 역할을 했는데 요새는 밤낮 빠지고 제 구실을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음정 맞추기가 까다로워서 그럴 거요. 확실히 아는 사람이 꿰차고 들어앉아야 하는데…』

­평생을 우리 음악과 함께 하셨는데, 우리 전통음악의 정신은 무엇입니까.

『궁중음악과 춤은 아주 맑고 깨끗하지요. 조용하고 침착해서 날치는 게 없어요. 각종 의식용 예악은 조상과 웃어른을 정성을 다해 받드는 마음이 바탕이고. 그런 게 민족정신의 발로이기도 하지요』 ­공연장을 빠짐없이 다니시더군요.

『바빠 죽겠어요. 제자들이 공연하면 모래악을(기를) 쓰고 꼭 가고. 실수나 안하는지, 손님은 많은지 궁금한데 안갈 수가 있나. 서양음악은 잘 모르지만 발레는 유명한 게 오면 가서 봅니다. 얼마나 잘 훈련됐나, 만들어진 모양새는 어떤가 보는데 참 기가 막혀요. 거기 비해 우리나라 춤꾼들은 숙련도가 떨어질 때가 많아요. 제비처럼 날아 착착 떨어져야 하는데 터벅터벅 걸어요. 암만 좋은 작품도 무용수가 훈련이 덜 됐으면 감동을 줄 수 없어요. 장단에 껍죽껍죽 움직인다고 다 춤인가. 동작 하나하나가 무르익어야지. 왁자하니 뺑뺑 돌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보는 사람 가슴에 뭉클하게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훈련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하려면 몸뚱이가 부서지게 해야지』

­생활신조를 들려주세요.

『정직, 진실, 돌아보고 사색하며 살아라 그런 거지요. 남도 생각하고. 세상에 저만 잘났다고 살 수 있나. 일생의 행복은 각자 요리하기 나름입니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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