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하락… 제조업 위축… 거품증시 우려속/GDP성장률도 2% 안팎 예상/FRB 등 각종 연구기관 “성장 둔화”/그러나 ‘침체’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다사다난(多事多難). 올해 미 경제의 종합 평가이다. 당초 기세 당당히 시작됐던 미 경제는 한때 성장 둔화의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들었다가 극적인 탈출에 성공했다. 뉴욕 월가의 한 증권거래인은 『지옥에서 다시 천국으로』라고 표현했다. 주원인은 물론 아시아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번진 금융위기의 여파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6%내외로 예상돼 호황 기조를 8년째 유지하는 건실함을 보였다. 하지만 축제는 여기서 끝난다. 올해 숱한 위기와 우여곡절에도 불구, 예상외의 고도 성장을 지속했지만 다가오는 99년의 전망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각종 연구기관들이 내놓고 있는 미 경제의 내년 GDP성장률은 대략 2% 초반대. 성장 속도가 확연히 꺾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분석의 근거는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은 세계금융위기로 시장이 축소되고 재정 불안이 상존하는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아시아 위기 발생이후 기록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지난 9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올 3·4분기 적자는 613억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8.1% 증가했다. 3·4분기 적자규모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추세대로 라면 올 전체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1,552억달러를 훨씬 상회할 전망이다. FRB가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보고서도 미 경제는 지난달 성장이 계속되기는 했으나 수출하락에 따라 제조업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일부 업체의 경우 추가적인 생산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증시는 기업의 자산 가치를 뛰어넘어 다시 거품속에 빠져 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지수는 최근 사상최고치를 경신한뒤 현재 9,000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 최대증권사인 메릴 린치사의 수석투자자문인 찰스 클라우는 금융권의 신용경색 조짐이 완화되며 지난 두달새 1조5,000억달러의 자금이 한꺼번에 증시에 쏠려 「버블」이 재등장했다고 경고했다. 주가 회복과 함께 다시 거세지는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이 거품 형성의 한 요인이다. 거품이 일시에 꺼질 경우 금융권의 일대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미 경제전문가 누구도 침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우려는 있어도 내년 미 경제가 불황기에 빠지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신념은 아직도 굳건한 미 경제의 「기초」때문이다. 1%대의 낮은 인플레율과 4%대의 저실업률 등. 또한 기업들은 감원과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부단히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함께 경제정책의 조타수인 FRB 등에 대한 믿음도 강하다. 지난 9월말이후 3차례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을 촉진시킨 FRB가 언제든 필요시 금리인하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은행간 콜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4.75%, 재할인율은 5%로 유럽권과 비교해 향후 두세 차례의 인하폭을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세계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인식이다. 아시아 등지의 경제가 저점을 돌며 미 경제를 옭매는 사슬도 느슨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번지는 등 반대의 경우 세계적 금융공황의 발발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 못한다는 지적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