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과 관련, 물밑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자민련이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를 앞세워 사실상 내각제 공론화의 시동을 걸고 나서자, 국민회의는 헌법에 보장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5년임기를 강조하며 임기말 개헌의사를 곳곳에서 내비친다. 내년초 내각제 공론화를 놓고 일전을 겨뤄야 할 양당이 서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오픈게임」을 시작한 셈이다.먼저 치고 나온 쪽은 자민련. 이달초에만 전국 10개 지구당을 개편, 당체제 정비에 들어가면서 김수석부총재는 DJP합의문에 명기된 내각제 개헌시기를 줄곧 강조했다. 그는 7일 안동에서 『IMF가 밑바닥을 벗어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정권교체에 따른 보답이 가능하다』면서 『한사람의 판단에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으므로 21세기는 내각제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에는 전주, 11일에는 서울 동대문갑지구당에서 『경제회복후 내각제 논의라는 양당간 이해사항도 사실상 경제가 저점을 탈출하고 있어 이제는 공론화작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자민련이 정책차별화를 통한 독자목소리를 내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회의의 대응도 만만찮다. 상층부에서는 시기를 배제한 채 『(내각제)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원칙론만을 고수하고 있고, 당내부에서는 김총리의 속내를 들먹이며 『2인자 철학을 체득한 정치9단 김총리가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내각제에 강하게 나오는 것은 뭔가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적 분위기로 보아 내각제가 힘든 상황인데 이를 모를리 없는 JP가 강하게 나오는 것은 뭔가 반대급부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한 뒤 『임기말에 개헌하는 것이 양당이 4년간 여당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길』이라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여기에다 친(親)DJ로 알려진 박준규(朴浚圭) 의장도 『내각제실시는 16대총선이후』라고 주장하고 나서 양당싸움을 부채질했다. 치열하게 맞붙은 양당의 기선잡기 다툼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연말과 내년 1월을 지나며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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