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재 ‘여야 정치자금’ 國調 요구… DR과 제휴 강화도96년 정치입문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돌파구는 과연 있을까. 세풍(稅風)사건과 관련한 이회성(李會晟)씨 구속은 이총재의 도덕적 기반을 흔들고 있고, 김윤환(金潤煥) 전 부총재와 비주류는 반창(反昌)연대를 모색하며 그의 리더십에 도전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회성씨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동안 온갖 역경속에서도 이총재를 지탱해준 「대쪽 이미지」가 뿌리부터 손상될 수 있다는 점과, 나름의 지역기반을 가진 김전부총재의 가세로 비주류가 현실적 구동력을 얻게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총재는 대여(對與) 강공의 길을 택했다. 『회성씨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여야 정치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주요 법안의 처리저지를 결정했다. 우선은 이를 통해 자신과 당에 대한 여권의 「말살 음모」를 부각하는 동시에 첨예한 여야간 전선(戰線)을 형성함으로써 내환(內患)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강경 대응에는 예전과 다른 인식과 배경이 엿보인다. 회성씨가 구속되자 이총재 주변인사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총재를 배제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이제는 문자 그대로 사즉생(死卽生)의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이총재측 분위기다. 과거처럼 대화와 화해, 그리고 이총재 위상에 대한 여권의 「인정」 등을 염두에 둔, 복선이 깔린 정치 공세가 아니라 여권이 먼저 손을 들 때까지 거칠고 비타협적인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총재의 한 측근은 『우리는 더이상 이 정권으로 부터 어떠한 은전(恩典)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금부터는 발가벗고 싸운다는 심정으로 현 정권의 야비한 음모를 성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 중도파인 김덕룡(金德龍) 부총재와 제휴, 개혁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손상된 이미지의 복원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총재측의 이같은 타개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여권을 위협할 만한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세풍사건 수사향배에 따라 강경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소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건에 대한 회성씨의 개입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이총재는 당장 비주류는 물론 일부 중도파가 제기하는 정치·도의적 책임론에 발목이 잡힐 개연성이 짙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이총재의 고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청와대 “이 총재 배려는 진심”/“회성씨 문제와 별개” 재차 강조
이회성씨의 구속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측은 『회성씨 문제와 이총재는 별개』라는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같은 언급 속에는 이총재에 대한 김대통령의 「배려」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13일 『김대통령은 이총재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하고 『야당총재인 이총재를 정치적 실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으로선 고비 때마다 이총재에게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 나름대로 할일을 해왔다는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2일 김대통령이 MBC와의 회견에서 한성기(韓成基)씨의 법정진술과 관련, 『재판장에서의 논의일뿐, 아직 (이총재에 대한)혐의가 나온게 아니다』라고 규정한 것등이 단적인 사례라는 것.
『어떤 경우에도 야당총재에 대한 예우를 갖출 것』이라는 박지원(朴智元) 대변인의 발표도 이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총재에 대한 소환조사를 암시한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총재의 총재선출 직후 서상목(徐相穆) 의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가 드러난 데 이어 예산통과 직후 이회성씨가 체포된 것은 의문을 부를 소지가 충분하다. 사실 김대통령은 총풍·세풍사건에 대한 정치적 고려의 가능성을 일절 배제시키는등 여권에 또 다른 지침을 보내고 있다. 국기문란 사건은 여야관계의 상위개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가 야당측에 두 사건을 다른 현안으로부터 빨리 분리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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