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명인들 연주 현지녹음 사랑·슬픔 등 주제별 명상세계한국인이 제작한 인도전통음악 음반이 처음 나왔다. 국내 유일의 인도음악 전문가 김창수(37·작곡가·서울대 강사)씨가 기획한 8장의 CD 「인도 명상음악」시리즈다. 인도명인들의 연주로 현지에서 4년간 녹음, 「나다」(nada·우주의 소리)라는 간판을 붙였다. 인도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서구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음악계에서 인도음악은 특별대접을 받고 있다. 반짝 이국취미를 넘어 영혼의 소리, 철학의 바다로 인식된 지 오래다. 특히 20세기 작곡가들이 인도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낯선 편이다. 가끔 조금씩 음반이 수입됐을 뿐 우리의 음악체험은 지구의 절반 이상을 팽개친채 유럽과 미국을 맴돌고 있다. 이 음반은 그러한 편식증(偏食症)을 바로잡고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첫 걸음이다.
김씨는 『인도음악의 독특한 힘은 소리에 대한 자유에 있다』고 설명한다. 악보에 묶여 있는 서양음악과 달리 자유로운 형식 속에서 각자의 내면세계를 풀어간다는 것.
인도음악에도 구조와 법칙을 가진 선율체계(「라가」)가 있다. 수백개의 라가는 완벽한 수학적 질서로 이루어지지만 연주자는 상황과 감정에 따라 음과 음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의 색깔을 칠한다. 자유와 질서의 행복한 만남이라 할 수 있는 즉흥연주가 인도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들에게 음악은 해탈, 곧 완전한 자유에 이르는 수행이다.
이번 인도음악 시리즈는 쉬링가르(사랑), 비스마야(경이로움), 사드나(구도), 카루나(슬픔), 박티(헌신), 샨티(평화), 나다(우주의 소리), 아난다(행복) 등 주제별로 명상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박티」는 인도의 대표적 타악기인 따블라의 정수를 담은 것인데, 전설적 음악가 빤디트 아노케이 랄 미스라의 최후·유일 녹음(57년)으로 제작된 세계 최초 음반이다.
김씨는 인도의 명문 바나라시 힌두대학에서 8년간 인도음악과 악기를 전공하고 96년 귀국했다. (02)2268567.<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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