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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기씨 입은 ‘세풍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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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기씨 입은 ‘세풍 뇌관’

입력
1998.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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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씨 구속에 결정적 진술 일등공신/검찰,이씨의 ‘수사대비 행동지침’ 공개검찰은 12일 이회성(李會晟·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상임고문)씨를 구속하면서 증거인멸 기도와 그의 부도덕한 일면을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이씨가 검찰 수사에 대비, 미리 작성한 A4용지 2장반 분량의 자필메모를 13일 공개했다. 11일 이씨를 체포할 당시 자택에서 압수한 이 메모는 검찰조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메모에는 『법원에 가기 전까지 검찰에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마라. 정 어려우면 기억이 안난다고 해라. 검사는 똑똑하니 대꾸하지 말고 화내지도 마라. 수사관이 책상을 내리치면 집에 가겠다고 해라』 등등의 소환통보 단계에서부터 신문진행, 조서날인에 이르기까지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듯한 대응 지침이었다.

메모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관한 질문에 대비한 답변도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이 한나라당 이총재가 총풍계획을 사전에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하는데 결정적 진술을 한 한성기(韓成基)씨가 이번엔 이총재의 동생 회성씨의 세풍 개입 사실을 밝히는데도 「일등공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전 한씨가 이씨, 진로그룹 장진호(張震浩)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논의된 3,000억원 모금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이씨의 혐의내용 입증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씨는 검찰수사에서 배재욱(裵在昱) 전 청와대사정비서관이 진로그룹 장회장에게서 화의신청 성사를 조건으로 1억원을 받은 사실을 털어놔 배씨 구속에도 크게 기여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씨의 입은 향후 총풍과 세풍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이씨의 범죄혐의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이총재의 개입 정도를 규명하는 검찰 수사에서도 잠재적 「핵폭탄」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씨가 국세청을 동원, 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하는 과정에서 한씨의 소개로 만난 서울지방국세청 배모 과장이 건넨 1,000만원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씨와 고교 선후배 사이인 배씨가 이씨에게 『당선후 잘 봐달라』는 취지의 「보험금」성격으로 돈을 건넸고 이와 별도로 한씨에게도 소개비조로 500만원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에게까지 돈을 받고 다닌 이씨의 비도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에 이 부분을 포함시켰다』며 『배씨가 이씨에게 준 돈이 개인돈인지 기업에서 거둬들인 돈인지는 더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세풍사건의 본질은 아니어서 배씨에 대한 처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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