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유종의 추(醜)」로 막내릴 조짐이다. 민생·정책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세풍 회오리등에 휘말려 회기내 처리여부가 불투명하다. 야당은 연말 임시국회 소집까지 작심하고 있어 정국은 더욱 안개속이다. 김훈(金勳) 중위사망사건 국정조사, 한일어업협정 비준, 일괄 규제개혁법안 등 종반 정기국회의 순항을 좌우할 「정치적 지뢰」들의 처리 향방을 알아본다.◎김훈 중위 국정조사/與野 겉은 ‘일치’ 속은 정치공세
국민회의·자민련이 국정협의회에서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면 수용하겠다』고 결정하자, 한나라당이 12일 즉각적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표면적으로 여야의 견해가 일치하지만 실제로 국조권이 발동되기는 쉽지 않을 것같다.
국회 국방위 차원의 진상조사소위가 사실상 국정조사에 버금가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다 국방부에서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국정조사 의지를 표명한 것도 『우리 입장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정치공세 성격이 짙다.
이와관련, 한영수(韓英洙) 국방위원장은 12일 『지금 단계에서 국조권을 발동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방부 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조권이 발동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일어업협정 비준/野 “상정막겠다” 심의부터 진통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15일 한일어업협정의 비준동의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한나라당이 비준안의 상임위 상정자체를 저지키로 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새 협정의 타결직후부터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킴으로써 독도영유권에 대한 우리쪽 주장을 약화시킨데다, 우리 어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재협상을 거듭 촉구해왔다.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회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타결된데다, 「비준불발」시 현행 어업협정이 만료되는 내년 1월22일 이후에는 한일간에 무협정상태가 되면서 양국 어민간 충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권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의장직권 본회의 상정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개혁법안 처리/쟁점사안 많아 올해 넘어갈듯
「규제개혁 일괄 개정법안」등 시급함을 요하는 230여건의 각종 개혁입법에 대해선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는 물론이고 연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기국회 폐회 후 곧바로 임시국회 소집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측이 법안 심의에는 응하되 의결은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주된 이유다. 정치개혁입법특위의 국회법 개정작업과 관련해선 아직 여야가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여권이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개혁법안들의 단독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통합방송법 제정등은 여당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해를 넘길게 확실하다. 또 교원정년 단축을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 및 특별검사제 도입여부가 쟁점인 부패방지법 제정등을 둘러싼 논란도 쉽게 가닥이 잡힐 것 같지 않다.
◎임시국회 소집/野서 강력 요구/與 “안된다” 맞서
한나라당은 18일 정기국회 폐회후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는 방침을 확정했으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반대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13일 『국회 계류중인 577건의 안건을 남은 회기내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여기엔 당소속 사정대상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지연시키고 여권의 세풍 공세 등에 대한 역공의 장(場)을 계속 벌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에 반해 여권은 『야당이 법안 심의에 성실히 협조한다면 남은 회기내 처리가 가능하다』며 『야당의 임시국회 요구는 당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공세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일각에서도 『법안심의 진행상황에 비추어 모든 계류법안의 회기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임시국회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고태성·김광덕·김성호 기자>고태성·김광덕·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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