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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銀 ‘눈물의 비디오’ 팀 조촐한 송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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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銀 ‘눈물의 비디오’ 팀 조촐한 송년모임

입력
1998.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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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힘들지만 내일은 꿈이…”/사업실패·주부전업·지점폐쇄… 사연도 다양/‘추운현실’ 속 아픔나누며 서로 격려 “건배”『어떻게 지내세요』 『은행은 이제 잘되고 있죠』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진동 제일은행 본점건물 뒤편 골목. 이 은행직원들의 단골음식점인 종로회관 현관에 하나 둘 낯익은 얼굴들이 들어설때마다 먼저와 기다리던 이들이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올해초 세간의 화제가 됐던 「눈물의 비디오」 제작·출연팀이 조촐한 송년회자리를 마련한 것.

제일은행 홍보부가 당시 명예퇴직한 직원들의 고통과 경영정상화 노력을 주제로 만든 「내일을 준비하며」라는 25분짜리 비디오테이프는 6,000여명의 직원들을 울리면서 「눈물의 비디오」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비디오는 각계의 요청으로 지자체, 학교, 군부대 등에 1만여개가 전달돼 IMF사태로 비슷한 아픔을 겪고있던 숱한 이들의 아픈 공감을 자아냈다. 비디오의 배경이 됐던 강남구 테헤란로지점은 「작품」 완성직후인 3월 폐점됐고 출연했던 직원들은 은행을 떠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그 후 이들 개개인에게 일어난 변화는 올해 우리사회 샐러리맨들의 삶 그대로이다.

명예퇴직을 사흘 앞두고 비디오에 출연한 선병완(宣炳琓·38)씨. 비디오에서 『20여년동안 먹여주고 입혀주고 결혼까지 하게 한 제일은행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목이 메었던 선씨는 제조업에 손을 댔다 실패한뒤 현재 보험회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새 생활에 적응하기위해 은행원때는 생각도 못하던 빨간색 와이셔츠에 무스 바른 머리로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는 선씨는 『한번의 아픔을 겪은 뒤라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부양가족을 둔 상사들의 안부를 더 걱정했던 박형정(27·여)씨도 10월 퇴직, 전업주부가 되는 등 함께 출연했던 여직원들은 모두 은행을 떠났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리로 승진한 한영배(韓永培·34)씨는 『떠난 사람들을 만나면 여전히 미안하고 서운하다』라며 『아직 은행의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실있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이었던 이삼억(李三億·43) 차장은 『남아있는 우리 모두는 떠나간 동료들과 국민들의 희생을 늘 가슴에 담고있다』며 퇴사동료들을 격려했으며, 당시 입사 초년생으로 비디오에 출연했던 민경욱(閔庚郁·28)씨도 『연락도 자주 못했는데 이렇게 모두들 잘 지내는 것을 확인하니 반갑다』고 말했다.

당시 비디오 제작을 주도했고 이날 모임도 주선한 홍보부 민병대(閔丙大·42) 과장은 『직장을 떠났건 남아있건 IMF로 어려운 한해를 헤쳐나와 살아남은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며 『이제는 아픔과 눈물보다 99년의 희망과 미래를 얘기하자』고 건배를 제안했다.<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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