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무섭다. 11일 서울에서 일어난 발목 절단사건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란 말을 무색하게 한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 해도 잠든 사람의 머리를 둔기로 쳐 의식을 잃게 한뒤 발목을 잘라간 범죄는 끔찍하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서울 독산동의 50대 슈퍼마켓 주인은 11일 새벽 술에 취해 자신의 가게에서 잠자다 이같은 날벼락을 맞았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이웃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발목 접합수술을 받지 못해 불구가 됐다.목격자와 단서가 없어 범행주체와 동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피해품이 없는 점으로 보아 원한관계의 범행으로 보고있다. 피해자가 3억원 정도의 빚이 있고 그만한 액수의 일수놀이를 해온 사실이 이런 짐작의 근거다.
지난 여름에는 장기를 팔아 빚을 갚으라는 빚쟁이의 협박을 못이긴 30대 농민이 서울 모 병원에서 콩팥을 떼어 팔아 1,500만원의 빚을 갚은 일이 있었다. 9월에는 보험금을 노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강도극을 꾸민 아버지가 온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다.
IMF 관리체제 이후 범죄가 크게 늘어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통계를 보면 생계형 범죄중 절도는 30% 정도, 강도는 40% 가까이 늘었다.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 도둑질을 하거나 남의 돈을 빼앗는 생계형 범죄보다 사회에 대한 분노성 폭력범죄와 채권확보를 위한 청부범죄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IMF체제 이후 우리 사회에 쏟아져 나온 실업자는 200만명에 육박한다.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우선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위정자들에 대한 원망과, 자신을 쫓아낸 직장 관리자들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삭이지 못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남의 탓으로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증오를 범죄로 분출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신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증오를 범죄로 분출시키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불행이 되어 또 다른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이제 암흑의 터널 끝이 보인다는 소리가 들린다. 국민 모두 사치 과소비와 무사안일이 지금의 고통을 초래했다고 생각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이를 참고 견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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