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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잔치’도 좋지만…/이의춘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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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잔치’도 좋지만…/이의춘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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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이야기」를 저술한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을 건설한 시저를 『자기가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본 위대한 영웅』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저는 반대의견을 가진 정적까지도 콘코르디아(화합)를 내걸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포용했다. 시오노는 당시 눈앞의 현실에 함몰돼 편협한 시각을 가진 인간들을 가리켜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정부가 이달 하순께 무역수지흑자 400억달러 달성 자축연을 갖기로 한 것을 놓고 수출업계가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역흑자 400억달러는 정부가 1월초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정책협의에서 경상흑자 30억달러를 목표로 했던 것에 비추어 대단한 실적이다. 국가부도위기로 지옥문앞까지 갔다온 정부로선 치적으로 기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자축연은 정부당국이 보고싶은 것만 보려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 전경련 등 재계가 올초 민관이 합심하면 500억달러 흑자달성도 가능하다고 강조하자 정부당국자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무시했다. 김우중(金宇中) 전경련회장은 1월 「500억달러 흑자」를 제창했다가 관료들로부터 「정신 나간 사람」이란 수모를 당하며 「왕따」신세가 됐다. 김회장은 정부당국이 수출에 조금만 더 의욕을 가졌더라면 무역흑자 500억달러달성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만약 무역흑자규모가 100억∼200억달러에 머물렀더라도 외환수급에 지장이 없었을까. 또 지금처럼 증시가 되살아나고 외자유치가 활발해질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같은 물음에 고개를 젓고 있다. 『관료들의 말을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느냐』는 비아냥이 뒤따른다.

정부는 내년에 25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재계는 400억달러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어떤 수출진흥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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