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Cut the loss」는 「손실을 줄이다」, 「손해를 없애다」로 번역이 가능하다. 어떤 사업을 벌였으나 기대만큼 실익이 없거나 오히려 손실이 우려될 때 서둘러 손을 빼는 상황을 일컫는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 파산일보전 상태에 이를 때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우리의 기업매니지먼트 풍토와는 사뭇 다르다. 「Cut your losses」하면 미국인들이 「더이상 손해를 보기전에 발을 빼라」고 할 때 자주 쓰는 관용어다.■요즘 제2건국운동에 대해 시비가 분분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국가적 「통치 아젠다」라고 해도 사람들이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 운동 추진방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제2건국위의 전국적 조직화에 정권재창출 음모가 있다고 의심한다.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제2건국위가 무슨 근거로 안기부 검찰 감사원등 정부 핵심조직의 개혁을 담당하겠다는 것인지. 야당의 위헌시비도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운동의 착근을 어렵게 하는 것은 다음 몇가지 이유다. 「아젠다」의 발원지가 분명한 대통령정책자문위의 수장이 사상적 이유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또 이 운동의 견인차여야 할 경실련 참여연대등 유력 시민단체들이 참여를 외면한다. 이유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끌고가는 한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공동정부의 한축인 JP나 TJ까지도 이 운동 추진방식의 전면개선을 요구한다.
■소관처를 정무수석실에서 정책수석실로 옮긴다고 해서 시비가 그칠 것같지 않다. 두 곳 모두 청와대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순수 민간차원의 국민운동이라면서 굳이 권부가 끼어들겠다는 고집을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적 동의를 얻지못하고 밀어붙이는 제2건국은 결국 정부의 부담요인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답은 자명하다. 「Cut your losses」,더 늦기 전에 손을 빼는 일 아닐까.<노진환 논설위원>노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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