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기업서 150억가량 모금이회성(李會晟)씨의 전격 체포로 세풍 배후수사가 발빠르게 진행되면서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모금 경위 및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검찰수사가 대선자금 모금의 실무총책 역할을 했던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차장과 임채주(林采柱) 전 국세청장이 모금한 자금 규모 및 모금 대상 기업체를 밝히는데 머물면서 모금 경위와 배후인 「몸통」 입증부분은 답보상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씨의 전격체포로 이후보의 비선조직이었던 동생 이씨의 주도하에 임 전국세청장과 이 전차장, 주정중(朱正中) 전 국세청조사국장이 공모, 국가공권력인 세무조사권을 이용해 기업에서 대선자금을 거둬들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전차장 등의 요구로 이씨 또는 한나라당에 선거자금을 지원한 기업체는 현대 대우등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 한국야쿠르트 한국화장품 등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20여개에 달하며 모금액도 5,000만∼30억원씩 모두 15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모금과정을 보면 실무총책격인 이전차장은 주 전조사국장에게 선거자금을 낼 만한 100대기업의 명단을 작성토록 지시한뒤 이를 토대로 임전청장, 주전국장과 함께 기업규모에 따라 기업체를 분담해 모금을 시작했다. 이전차장등은 한나라당에 선거자금을 후원하지 않은 기업 중 탈세 및 주식위장분산 등 약점이 있는 기업을 골라 국가징세권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기업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선거자금을 모금, 이후보측에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전차장은 지난해 11월 고교동기인 서상목(徐相穆) 의원의 부탁을 받고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에 차명계좌를 개설해 놓고 대림 신세계 쌍용등에서 28억원을 모금, 돈세탁을 거쳐 이씨 또는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임전청장은 현대 대우 동아 SK 등 대기업 등을 맡아 압력을 행사했으나 이전차장과는 달리 직접 돈을 건네받지는 않고 모두 한나라당과 연결시켜주는 방법을 썼다. 주전국장도 자금 모금에 적극 개입, 신동아건설 한국화장품 한국야쿠르트 (주)금강 한국타이어 등 5개기업에게 10억원을 지원토록 했다.
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호텔 지하주차장이나 호텔방을 이용해 돈을 주고 받았으며 기업관계자가 지정된 곳에 돈이 든 사과박스 등을 놓고 가면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찾아가는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류회사인 OB나 하이트의 경우 각각 주세 1,450억여원과 700억여원을 징수유예 받는 조건으로 한나라당 후원회에 4억여원씩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했으며 신동아건설은 세무조사가 진행돼 30억원의 세금이 고지될 단계에서 세무조사 보류와 세금납부를 하지 않는 대신 5억원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그룹의 경우 1차로 10억원을 이씨에게 전달하고도 추가 자금을 요구받자 마지못해 「보험금」차원에서 한나라당에 20억원을 더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또 배재욱(裵在昱) 전 청와대사정비서관이 선거자금 모금과정에서 임전청장에게 전화로 협조를 부탁한 사실을 확인하고 공모여부를 계속 수사중이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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