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선언이 발표된지 어제로 50주년이 됐다. 민족주의적 탐욕과 증오가 촉발한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지구가 피빛으로 물들었던 20세기 전반의 아픈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 태어난 것이 1948년 12월10일 유엔총회가 채택한 세계 인권선언이다. 그후 자유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 정부와 국민의 인권의식이 눈을 떠 인간의 존엄성이 지상의 가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그러나 전체주의 및 신생 국가에서는 권력에 의한 학살, 불법체포와 구금 고문 같은 인권유린이 그치지 않았다. 동구권의 몰락과 소련붕괴 이후 자유주의 물결이 서구를 뒤덮은 90년대 들어 사정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르완다와 보스니아내전에서 보았듯 종교나 민족간 갈등에 의한 전쟁 등으로 잔인한 살육과 집단강간이 자행되었다. 지난해에도 117개국에서 고문이, 55개국에서 약식절차에 의한 처형이 자행됐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인권후진국에서 인권국가군(群)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정치적 탄압 대상자로 이름 높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우리나라 인권개선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실제로 지난 1년동안 우리의 인권상황은 많이 좋아졌다. 대통령이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눈물을 닦아주는 시대가 되었다. 공안사범 사상전향제를 준법서약제도로 바꾸고, 인신구속절차를 엄격히 한 것 등은 인권개선의 구체적 실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인권위설치를 골자로 한 인권법 제정논의도 한창이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인권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인권관련 국제법 정신에 상충하는 국가보안법 등의 정비와 사형제도 폐지를 공론에 부칠 필요가 있다. 인권법 제정에 충분한 토론과 공론과정을 거침으로써 인권국가 지향의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또 법체계의 정비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이른바 의문사라고 불리는 수많은 의혹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과 보상으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일이다. 정부 여당은 과거 정권하에서의 의문사 조사문제를 인권법에 규정하겠다고 하지만 묵은 사건에만 국한할 일이 아니다. 김훈(金勳) 중위의 이상한 죽음처럼 근래 군에서 발생한 여러 의혹사건들을 포함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동시에 미얀마 이라크 북한 등 인권억압국가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정책 개발과, 우방을 통한 외교적 노력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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