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은 「제2건국운동」을 둘러싼 여야간의 공방으로 발목이 잡혔던 정부예산안이 야권의 퇴장속에 가결됐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예산에는 제2건국위 예산 20억원이 포함됨으로써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건국운동은 계속될 것이 확실해졌다.이와 관련, 당략적인 것과 거리가 먼 시민단체들까지도 그간에 제시된 제2 건국위의 구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의 반대는 이해가 가는 면이 많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2건국운동을 해방정국의 건국준비위원회, 북한의 노동당에 비유하며 색깔론을 피력하고 나온 것은 맥락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이같은 낡은 정치공세에서 벗어날 것인지 한심한 일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즉, 야권은 물론 시민단체들까지도 현재의 정부구상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간에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여 정권적 차원이 아니라 국민적, 국가적 차원에서 제2건국운동의 구상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방향은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방향, 특히 7일 열린 「제2건국 국민대토론회」에서 제시한 방향이어야 한다.
사실 현 정부가 정말로 「국민의 정부」이고 제2건국운동을 정권적 차원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그 명칭에 걸맞는 국민적이고 국가적인 운동으로 구상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최근의 토론회와 같은 공개적인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운동의 필요성과 기본틀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제2건국운동은 역대정권과 마찬가지로 밀실에서 몇몇 참모들에 의해 지난 8월15일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한건주의」식으로 입안, 선언되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말았다. 그 결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등 여러 부작용들을 낳아 온 것이다. 이 점에서 제2건국운동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고 더 늦기 전에 첫 단추부터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
우선 제2건국위의 기능에 국정개혁을 추가함으로써 「옥상옥」이니 정부위에 군림할 초권력기구라느니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바, 현 정부기구로도 충분히 추진·감시할 수 있는 국정개혁의 경우 제2건국위가 이를 맡음으로서 불필요한 의혹을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현재의 정부기구로는 개혁이 어려운 대통령 스스로의 권한, 청와대, 검찰, 안기부 등 최고권력기관의 개혁의 경우 제2건국위가 개혁의 기본방향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건의하도록 해야 한다.
제2건국위의 원래 목적으로 제시된 바 있는 생활개혁과 의식개혁의 경우 이를 제2건국위의 중심기능으로 하고자 한다면 조직체계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즉 시민단체들이 주체가 되고 정부는 단지 이를 지원하는 식으로 그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식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특히 지난 토론회에서 지적되었지만 정권재창출을 책임지는 정무수석이 이 운동에 깊이 관계하고 있는 한, 정치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방조직 설립계획은 폐지하거나 상당기간 유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언론을 통해 지방조직 설립계획을 접하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유신시절의 통일주체국민회의와 5공시절의 사회정화위원회였다. 특히 이 부분은 「국민정당 설립」운운하는 문건과 관련해, 새 정당설립을 위한 위장조직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적구성에서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 사실 제2건국위에는 역대 정권하에서 요직을 지낸 기득권층 등 개혁대상이 다수 포함돼 「개혁대상」이 개혁을 주도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나머지 단추를 아무리 잘 끼워 봐야 그 옷은 바른 옷이 될 수없다. 더 늦기 전에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정치학>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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