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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납못할 전선의 이적행위/李善浩 군사평론가(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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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납못할 전선의 이적행위/李善浩 군사평론가(한국시론)

입력
1998.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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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보 적에게 누설/옛 월남군과 무엇이 다른가/軍불신없게 근본처방을육해공군의 대형안전사고에 이어 온 국민이 아연실색·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메가톤급 뉴스가 터져나왔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우리 병사들의 적과의 내통사건이다.

북한은 그동안 햇볕정책의 그늘밑에서 잠수함을 동서해안에 맘대로 침투시키고 장거리탄도탄 미사일시험발사에 힘입어 제2의 핵개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53년 체결된 휴전협정이 평화조약으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정파기공세와 전쟁불사 폭언을 서슴지 않고 남북한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일방적으로 사문화시킨 비이성적인 집단이 북한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휴전선의 심장부인 공동경비구역을 지키는 임무를 띤 아군 40여명이 적군과 내통·왕래하면서 정보자료와 선물을 주고받은 것은 물론, 술자리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의문사한 경비소대장이 이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니 청천벽력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은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임을 당하는 생사의 결단현장이고 지휘관은 전쟁시 대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다. 만약 아군의 약점이 동료의 모반으로 적에게 사전노출된다면 패전은 불문가지이다. 적과의 대치현장에서 치명적인 정보가 적의 수중에 송두리째 넘어간 이 엄청난 사실을 그 동안 당국이 정말 모르고 있었는지, 알고도 덮어두고 있었는지 바른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적과 내통한다는 것은 적으로부터 영웅대접을 받는 이적행위이며 아군의 집단살륙을 도모하는 결과가 된다. 만약 지휘관이 이를 묵인·은폐했다면 공범이고 이를 막으려는 지휘관이 부하에 의해 사살당했다면 그 부대는 종말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문제를 남겼다. 첫째, 군은 납세자인 국민에게 회복불능의 불신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연간 15조원에 가까운 국민의 혈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도록 군에 배분되고 있다. 그러나 판문점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국민이 알 때 어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는가.

둘째, 많은 부모들은 군에 보낸 자식이 자손만대에 오점을 남길 이적행위를 하거나 억울하게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극단적인 기강해이와 주적(主敵)개념의 혼란속에 빠진 군을 보고 애국심 함양과 신세대의 극기훈련장으로 안성맞춤이라 여겼던 생각을 180도 바꾸지 않겠는가.

셋째, 국민개병제도의 그물을 교묘히 뚫고 빠져나간 병역미필자들은 물신주의 세태속에서 자기만족에 도취되어 병무 부조리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이른바 신(神)의 아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바보행진」이 현역군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키고 주적개념을 희석시켜 전투군기를 문란케 하지 않겠는가.

넷째, 휴전선을 함께 지키는 미군이 치부를 드러낸 한국군의 실상을 얼마나 평가절하하겠으며 장차 한미연합작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한국군이 적과 내통하는 군대라면 지난날 패망했던 장제스(蔣介石)군대나 월남군대와 무엇이 다를 것이며 연간 4조원이 넘는 전력증강비를 투입해본들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바, 실전전력은 제자리 걸음을 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섯째, 재래식 군사력은 물론 대량파괴무기와 정신전력의 압도적인 우위를 견지하고 있는 북한군이 어찌 한국군을 허수아비로 보지 않겠으며 미군과 직거래 담판하려 들지 않겠는가. 한국군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어서 고비용·저효율의 박제품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차제에 국록을 먹는 500여명의 장성을 비롯한 국군간부들은 국방조직속에 적과 내통한 사이비 우군이 잠복할 정도로 군의 질서가 문란했음에 대해 진솔한 반성과 회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처럼 까마귀를 까치라 부르고 도적이 공공연히 활개치는 세상이 되지 않으려면 제2건국과 더불어 제2건군의 자세로 고강도의 국방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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