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고문 등은 국제 문제”/각국 외교 핵심 사안 부상/英 피노체트 체포 등 ‘반인륜’ 응징 공조 확산인권문제가 국제외교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코소보,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대량학살, 고문자행 등 인권침해가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권은 더 이상 특정국가의 내부문제가 아니라 국제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인권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계기로 인권보호 운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았다. 대부분 국가의 헌법에는 인권 관련조항이 삽입됐다. 식민지철폐,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폐지, 국제형사재판소 설립합의, 반인륜범죄처벌관련 조약 및 제도 마련 등 실제로 상당한 인권신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고문 학살 인종차별 등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우리는 이같은 인권보호 실패에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메리 로빈슨 유엔고등판무관의 지적처럼 인권은 가장 자주 언급되면서도 동시에 가장 무시되고 있다.
70년대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의 200만명 대학살, 70∼80년대 남미 군사독재자들의 반체제 인사 및 인권운동가 고문·학살, 90년대의 르완다 100만명 양민학살과 보스니아 인종청소 등. 현대사는 엄청나고 잔인한 인권유린 사태를 기록하고 있다.
인권을 앞세워 후진국을 몰아세우는 선진국에서조차 인권침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인권 선도자라는 미국에서도 경찰의 인권유린, 인종차별, 국제형사재판소 서명거부 등 인권탄압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국제외교 무대에서 인권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떠오르면서 각국은 인권외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영국당국 체포, 구속된 안와르 이브라힘말레이시아 전부총리에 대한 미국 필리핀 등의 공정한 재판촉구, 반체제인사 탄압국인 미얀마에 대한 유럽연합의 경제제재, 코소보주민 학살을 주도한 세르비아에 대한 유엔의 군사·경제제재 등은 인권이 국제외교의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집권하자마자 인권윤리 외교를 천명했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도 대외정책에서 인권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배국남 기자>
◎파리에 모인 ‘세계 인권’/달라이라마 등 지도자 1,000명 참가
세계인권선언 선포 50주년을 맞아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 1,000여 명이 파리에 모였다. 「21세기의 인권파리 회의」로 명명된 이 모임에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생존자 엘리 위젤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나지리아 극작가 월 소잉카, 과테말라 인디언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등도 왔다. 7일부터 이틀간 열린 회의에서 이들은 환경, 교육, 기술 등 전분야에 걸친 인권문제를 놓고 토론했다.
회의에 이어 9일 파리 시내 빌레트 과학공원에서는 「젊은이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시민참여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의 서준식(徐俊植·51)씨도 참가했다. 재일동포 출신인 서씨는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중 「일본형제 간첩단」 사건으로 17년간 옥고를 치렀다. 현재 「인권운동 사랑방」 대표로 활동중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
◎세계 인권선언/유엔 채택 ‘인권권리장전’/보호할 도의적가치 규정
세계인권선언은 「보호해야 할 인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목적으로 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회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인권의 「권리장전」. 1조는 「모든 사람은 날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갖고 있다. 사람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써 활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못하지만,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도의적 가치를 처음 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53년 9월에는 유럽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를 위한 조약」이, 66년 12월에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받은 「국제인권규약」이 탄생했다.
세계인권선언의 탄생과 함께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는 현재 5,000여개 정도. 활동 분야도 ▲대인용 지뢰금지 ▲아동학대 방지 ▲소년병 금지 등 세분화하고 다양해졌다. 이중 비정부기구(NGO)로서 가장 활약이 큰 단체가 61년 영국 런던에서 발족한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100만명 이상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41년 미국에서 창립된 「프리덤 하우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백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보스니아와 르완다의 대량학살 등을 다루고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휴먼 라이츠 워치」, 89년 설립된 「중국의 인권감시」도 주요 인권단체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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