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과 고통의 10개월 일부선 ‘미친놈’ 취급도/사인만 규명된다면 관련자 모두 용서할것『장군의 아들이 숨진 이유를 밝히지 못하면 평범한 국민의 자식이 사고를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제야 아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소대장으로 근무중 의문사한 김훈(金勳·25·육사52기) 중위의 아버지 김척(金拓·56·예비역중장)씨는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를 만나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 가족은 장남 김중위가 2월24일 권총을 맞고 숨진채 발견된 뒤 10개월동안 하루 3시간씩 자며 사인 규명을 위해 같은 부대 전역병과 군관계자들을 만나왔다.
김씨는 『처음에 열심히 도와주던 군 동료들도 하나둘씩 나를 피하기 시작하고 육군본부조차 나를 「미친놈」이라며 쫓아낼 때는 포기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들과 함께 근무하다 전역한 소대원들도 몇번씩 찾아갔지만 만나주려고 조차 않았다.
그러나 김씨는 아들이 자살할리 없다는 믿음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김씨는 『군당국은 아들의 나약한 성격을 들어 처음부터 자살로 규정하고 수사를 했다』며 『그러나 죽기 며칠전에도 어머니 생일얘기를 하며 기뻐한 밝고 강직한 성격이었던 아들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같은 노력은 지난달말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수십번씩 찾아가 친자식같은 사랑을 보여주었던 한 전역병으로부터 하나씩 진실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나기 조차 꺼리던 이 전역병은 『아버님의 정성에 더이상 제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며 김모(28)중사가 수시로 북한초소를 드나들며 북한물품을 받고 술까지 함께 마셨다는 엄청난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전역병은 또 사병들도 군사분계선에서 스스럼 없이 북한공작조를 만나 선물을 받았으며 아들은 이를 파헤치다 일부 소대원과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들은 이같은 사실이 파헤쳐지길 두려워한 소대원에게 피살됐다』며 『아들이 외박을 나와 부대의 비리를 털어 놓을 때 아무것도 도와준게 없어 안타까웠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대다수의 군인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전직 장군으로서 군의 치부를 드러낸 것같아 착잡하다』며 『아들의 죽음만 규명된다면 관련자들을 모두 용서할 것』이라고 36년간 몸담았던 군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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