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賞 최종심 올랐다 “현실성 부족”이유 탈락/작가 “나도 기막힌 사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상상력이 현실을 압도하는가, 현실이 너무 소설적인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병의 북한군 접촉을 정확하게 예견한 소설이 있다. 박상연(朴商延·26·중앙대대학원 휴학)씨의 장편 「DMZ」(사진)는 남북한병사들의 접촉, 그로 인한 죽음등 이번 사건과 매우 닮았다. 96년 민음사 주관 「오늘의 작가상」 최종심에 올랐다가 『아무리 소설이지만 이런 일이 있겠느냐』는 이유로 탈락한 작품이다.
주인공 김수혁 상병은 비무장지대 수색중 지뢰를 밟고 낙오됐다가 북한군 오경필 상등병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후 대면(對面)초소에서 오상등병과 친해진 그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북한측 경비구역을 오가며 담배를 나눠 피우곤 한다. 오상등병은 뱀술, 김상병은 지포라이터 양말을 서로 선물한다. 평소처럼 북측 지역에서 어울리던 어느 날, 비상상황이 발생하고 멀리서 총소리가 들린다. 오상등병이 무심코 지포라이터를 꺼내자 김상병은 칼을 꺼내는 것으로 착각하고 총을 난사한다. 귀대한 그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한다. 이상이 「DMZ」의 줄거리다.
지난 해 1월 발간된 원고지 1,031장 분량의 소설은 1만부 정도가 팔렸다. 90년대 소설로는 드물게 분명한 서사(敍事)가 있고, 분단·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박씨는 징집 면제판정을 받아 군복무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95년께 제대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판문점에서 남북한군인들이 만나기도 한다더라』는 말을 듣고 소설을 썼다. 상상력의 산물인 소설이 현실과 맞아 떨어지자 박씨는 『나도 기가 막히다』며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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