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한국군 경비병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한군과 어울린 것은 군의 기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요즘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각종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적군과 아군이란 군인이 가져야 할 기본인식을 망각한 군기문란 행위로, 군의 기강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다시 한번 말해주고 있다.판문점은 남북대치의 최전방이자 상징적인 장소다. 남북한간의 긴장도를 살필 수 있는 기상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곳이다. 북한은 이곳에 대남심리전을 전담하는 특수요원들을 경비병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군당국이 우리 경비병들에 대한 점검을 게을리한채 적에게 포섭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한 경비병들간의 접촉은 우리 경비병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일이었다는데, 군당국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거나 예상되는 위험에 대해서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 2월 북에서 귀순한 변모상위가 우리 경비병들중 일부가 북에 포섭됐다는 사실을 진술했는데도 군수사당국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채 은폐했다. 이런 군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겠는가.
소대장 김훈 중위의 의혹사에 대한 군의 자세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그의 죽음을 남북한 경비병들의 접촉사건과 연결시켜 보면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설령 자살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죽은 장소가 판문점이라는 민감한 곳이었다는 점만으로도 사건을 그렇게 간단히 종결지울 수는 없었다. 이번에 의혹이 다시 불거진만큼 그 사건은 마땅히 다시 조사해야 한다.
잇따른 사고로 국방부장관과 육·공군참모총장 등이 경고등의 문책을 받은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군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방지하고 군 기강을 확립하려면 군수뇌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엄중경고」로 끝날 사항이 아니다.
군의 기강해이는 최근의 분위기 탓도크다. 잠수정 및 간첩선사건 등이 터져도 대북포용정책이란 이름아래 북한에 대해 사과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에 금강산관광으로 국민들의 대북경계의식이 엷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펼수록 군의 기강은 더욱 추상같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한 밤잠을 잘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안보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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