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1주일 넘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퇴장후 의결정족수를 가까스로 넘긴 152명의 여당의원들이 참석, 표결로 처리됐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에 앞서 20여명을 각각 수비수와 공격수로 내세워 원색적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예산안 처리=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은 찬반토론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며 빗장걸이를 시도하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일축하고 표결처리를 선언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퇴장카드」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용갑(金容甲) 의원등은 『그냥 나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으며, 한때 의결정족수마저 흔들리자 국민회의 의원들은 한화갑(韓和甲) 총무의 「준비부족」을 탓하기도 했다.
기립표결 결과 찬성은 148명. 박의장과 자민련 한영수(韓英洙)·무소속 한이헌(韓利憲) 의원등 3명이 기권하고 무소속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반대했다. 김종필(金鍾泌) 총리는 예산안 통과후 인사말에서 『제2건국운동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공방=한나라당은 시종일관 제2건국운동의 정치성과 관련예산의 부당성을 물고 늘어졌다. 서훈(徐勳) 의원은 『현정권이 제2건국위를 통해 국민을 계몽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오만방자한 발상』이라고 주장했고, 김광원(金光元) 이원복(李元馥) 의원등은 『순수한 시민운동이라면서 왜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행정자치부장관이 관여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제2건국위에는 1인전제 정치의 서막을 열어 장기집권을 획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정동영(鄭東泳) 의원등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켜보지도 않고 정치적 의도 운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김태식(金台植) 의원도 『(제2건국위 지원예산) 20억원의 시드머니로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데 어떻게 소모성 경비이냐』고 가세했다. 한편 자민련 오장섭(吳長燮) 의원은 『야당과 시민단체가 제2건국위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 여여간의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편 권철현(權哲賢·한나라당)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을 졸속으로 결정한 현정권에 재앙이 내릴 것』이라고 험담해 여당측의 거센 항의와 비난을 자초했으며 결국 박의장이 중재에 나서 「재앙」부분을 속기록에서 삭제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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