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기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9일 열린 경제장관회의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집중하는등 경제활력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제 재벌구조조정의 큰 가닥이 잡힌만큼 꺼져버린 내수의 불씨를 되살려 경기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내수침체가 기업의 수지악화투자감소고용축소소비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위해 이 시점에서 경기진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한다.경기부양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외적으로는 수출을 늘리고, 대내적으로는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이다. 90년이후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이상을 차지하면서 성장을 주도해왔다. 고용인력은 전체 취업자의 10%를 육박한다. 건설투자를 1조원 늘리면 연간 3만2,000명을 상시고용하는 유발효과가 있다. 또 건설업이 살아나면 공사에 소요되는 철근 시멘트 전기 기계, 심지어 예술품까지 수요가 늘어나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방대하다. 수출증대가 국내 생산과 소득의 증가를 가져와 내수경기 활성화에 즉각적인 약효가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부양을 주도해야 할 건설업계와 국내 수출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종합상사들이 스스로 자기 몸도 추스르지 못할만큼 부실덩어리라는 사실이다. 건설업의 경우 도급순위 상위 50개사를 대부분 차지하는 재벌계열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400∼900%에 이르고 있다. 부실기업중에서도 가장 큰 부실기업들이다.
대기업이 너도나도 건설업에 뛰어들어 서너개씩 계열사를 갖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후진적 현상이다. 선진국에서는 종합적인 엔지니어링을 대기업이 맡지만, 시공은 전문적인 중소업체들이 전담하는게 관행이다. 따라서 우리도 난립해있는 재벌건설사를 통폐합 또는 정리하거나 엔지니어링으로 특화하는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최근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대우그룹만 보더라도 41개 계열사를 10개로 줄이면서 (주)대우, 경남기업 등 주력 건설사들은 그대로 남겨놓고 있다.
종합상사 역시 외상 수출이 많은 탓에 과도한 부채(371∼1,303%)에 허덕이고 있어 통폐합과 영역확대등의 대책이 절실하다. 순조로운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정부가 이들 분야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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