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함 빌미로 웃음대상 삼아/진지함 없고 특정계층 왜곡도온몸을 흔들며 인기가수들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대학생들. 게임을 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반강제로 애정을 확인하는 전업주부들(이상 KBS2 「일요일은 즐거워」). 방송사에서 숨긴 돈을 찾아 스타와 함께 온 집안을 뒤지는 가족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시청자참여 오락프로그램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무리 오락프로라고는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IMF로 취업이 안되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 하고 있고, 주부들은 실질소득의 감소로 살림살이에 고통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방송모니터분과는 최근 각 방송사 시청자참여 오락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웃음을 줘야 하는 오락프로그램이지만, 참여하는 시청자들은 주체적으로 웃음을 전하기보다 짜여진 각본 속에서 웃음거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참여시청자들의 희화화는 특정계층의 모습을 크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참여는 그동안 각 시청자단체나 방송계 외곽에서 주장해왔던 것. 출연자의 전문성이나 인기도를 고려하는 방송사의 입장에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의 확대는 위험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IMF시대를 맞으면서 출연료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진지한 토크쇼나 주변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등 시청자 참여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프로그램도 생겼지만 반대로 시청자의 미숙함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프로그램도 늘어났다. 방송모니터분과는 결론적으로 『시청자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방송은 지양돼야 한다』면서 『삶을 고민하는 진지한 모습이나 주요 언론이 외면하는 현장을 전하는 몫을 시청자에게 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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