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의대 김용익 교수/“고칠건 고쳐야” 거듭 주장/“용감하다” 격려 점차 늘어의료계 내부비리를 고발하고 나선 한 의대교수로 인해 의료·제약계 전체가 뜨거운 논쟁에 휩싸여 있다. 서울대 의대 김용익(金容益·46·의료관리학) 교수는 지난달 의료보험약가 비리를 고발하는 공개서한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냈다. 김교수는 이 서한을 통해 의보약가가 실제 제약사가 병원 등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최고 9배에 달한다는 내용을 비롯, 제약사와 병원간에 오가는 속칭 「랜딩비」 등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이 서한은 참여연대에 의해 공개되고 곧바로 보건복지부가 개선조치에 나서는 등 큰 파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처음 「양심선언」으로 까지 평가됐던 이 글은 시간이 지나면서 김교수에게 공격의 화살로 되돌아오고 있다. 먼저 흥분한 쪽은 「의도(醫盜)」란 표현에 자극받은 학계교수들. 『고자질은 교수의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선후배를 도둑으로 몰았다』며 진상규명과 징계까지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가세, 학교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특히 개업의들은 『양심선언이 아닌 야심선언』 『돈 못버는 기초의학 교수의 콤플렉스』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어댔다. 김교수는 최근 자신의 입장을 재정리, PC통신의 의료인 통신란 「KMAIN」에 올려 『모래구덩이에 세워진 의료체계의 어두운 부분을 접어두고 의사를 존경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교수는 또 이 글에서 제약업계를 우리나라 보건의료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세력으로 규정, 『관료, 국회의원 등을 하나하나 설득할 경우 역공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공개서한 형태로 문제를 제기한데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약분업 공청회에서 김교수는 『참뜻을 알아달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기존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반발에도 불구, 김교수의 외로운 투쟁은 젊은 의사등을 중심으로 뚜렷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최근 KMAIN 등에는 많은 의료인들이 『이렇게 진실되고 용감하고 희망적인 글을 처음 보았다』 『이렇게 속시원한 글은 처음이다』라는 등의 격려와 공감의 글들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100알의 약값으로 300∼400알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고백, 김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가 하면 『의보약가 비리에서 자유로운 의사나 의료기관은 없다』는 통렬한 자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개업의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다시 의사들은 「도둑놈」 취급을 받게 되고 저는 환자에게 고개숙인 의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김교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않고 있는 많은 의료인들이 오랜 관행을 깨기 위한 외로운 싸움에 큰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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