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철(40)씨의 소설은 읽기 힘들다. 『최수철은 답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할 때 좋은 소설을 쓴다, 그는 분명한 행동 대신 모호한 의식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씨의 말처럼 해답불가능한 문제, 일탈적인 주제를 드물게 촘촘한 문체로 엮어내는 그의 소설은 일반적으로 읽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의 실제적인 모호성,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다양하게 변주해보일 수 있다.그가 새로 펴낸 네번째 소설집 「분신들」(문학과지성사 발행)에 실린 5편의 작품들도 그렇다. 표제작의 주인공 한두조는 연쇄살인 용의자다. 남자 세 명과 여자 두 명을 죽인 용의자로 붙잡힌 그는 증거가 없어 석방됐다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한두조의 시각과 검사, 경찰수사관의 사건을 보는 시각을 보고서 형식으로 쓴 소설에서 한두조는 「내가 죽인 사람들은 나의 분신들이며 내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분신들이 싫어서 죽였다」고 한다. 그에게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경계의식이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작품 「토카타와 푸가」의 주인공도 비슷하다. 여행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알던 여자들에 관한 글을 쓰던 주인공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그의 삶에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에 시달린다. 차의 백미러가 비틀려져 있고, 서류를 훔쳐본 흔적이 방에 남아있고,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과 내면세계를 지켜보고 있는 타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결국 주인공 「나」는 자신을 괴롭혀온 미지의 존재들은 자신을 포함, 자신을 만난 모든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아와 타자 사이에 놓인 심연을 미로처럼 꼬아놓고 있는 인간관계의 그물망, 거기에 대한 그물 같은 소설적 탐색이 바로 최수철의 글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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