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한 건축공학도가 머나먼 이국땅 한국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뇌종양으로 생사의 기로를 헤매던 바크 디오르(32)씨는 7일 서울대병원에서 평생 잊지못할 은혜를 입었다.우즈베키스탄은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30년대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된 곳. 지금도 우리의 핏줄 25만여명이 살고있는 통한의 땅이다.
디오르씨가 이날 한국에서 수술을 받게 된 것은 평소 건축가로서의 그의 재능을 아끼던 한인친구들 덕분. 95년 타슈켄트건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89년 공화국청년대표로까지 선정된 최고엘리트였다. 그러나 올 6월 심한 감기정도로 알았던 병이 왼쪽 눈의 실명으로까지 이어졌고 10월 청천벽력과도 같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의 치료비도 벅찬데다 의료수준도 낙후, 수술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때 한인촌과 가까운 지역에서 자란 덕분에 알게 된 친구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쳐왔다. 한인친구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정착을 도왔던 우즈베키스탄에 보은하는 의미에서 디오르씨를 살려내기위해 발벗고 나섰다.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국내 버클랜드침례교회의 협조를 얻어 서울대병원에 수술을 주선했다.
디오르씨는 이날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뇌하수체에 있던 지름 4㎝ 크기의 뇌종양을 말끔히 떼어냈고, 내친 김에 휘어진 코뼈까지 반듯하게 교정받았다. 디오르씨는 『한국인들은 성실하고 머리좋은 민족으로만 알고 있었으나 이처럼 정도 많은 줄 몰랐다』며 『앞으로 최고의 건축가가 돼 두나라간 우정의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고마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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