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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 쓴 예결위장 20분만에 ‘탕탕’/예산안 예결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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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 쓴 예결위장 20분만에 ‘탕탕’/예산안 예결위 통과

입력
1998.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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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수석부총무와 ‘9일 본회의’ 합의/野,안기부 지원 등 싸고 끝까지 빗장걸기/野 의원 퇴장한채 與 의원 기립표결로 통과○…99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8일 오후의 예결위 전체회의는 여당측의 요구로 예산안 처리 「각서」까지 쓴 김진재(金鎭載·한나라당) 위원장이 속전속결식으로 진행, 20여분만에 종료됐다.

오후 2시5분, 회의가 개의되자마자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안기부장 해임, 총풍사건 고문행위 관련자 형사처벌, 지방 안기부 분실 야당탄압 중지 등이 이행될 때까지 안기부 관련 예비비 2,000억원의 지출을 동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여당의석에선 욕설과 함께 『무슨 소리야』 『집어 쳐』등의 고함이 터졌고, 김위원장은 『안기부 예산은 정보위에서 원안대로 넘어왔기 때문에 예결위에서 손댈 수 없다』며 이의원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자 김영선(金映宣) 의원이 바통을 넘겨받아 『고문에 의해 피의사실이 조작된 채 총풍사건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안기부와 검찰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2차 빗장걸기를 시도했다.

이에 김위원장은 『국회법상 예결위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재차 퇴짜를 놓았다. 그럼에도 권철현(權哲賢) 의원이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로 부산경제가 궤멸상태에 빠졌고 20만명이 실직위기에 처했는데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어떻게 예산을 처리할 수 있느냐』고 다시 딴죽을 걸었으나, 김위원장은 개의치 않고 『기립표결에 들어가겠다』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결국 예산안은 「각본대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퇴장한 채 여당의원 26명 찬성(김위원장은 기권)으로 통과됐다.

이에앞서 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 의원 등 여당측 예결위 간사들은 김위원장이 오전 10시 회의에 불참하자 위원장실로 몰려가 『오늘 오후 2시에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완전처리한다』는 합의서를 쓰라고 요구, 이를 관철시켰다.

○…이날 낮 12시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 자민련 이양희(李良熙)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수석부총무의 앞에는 「12월8일 오후 2시 김진재위원장 사회로 99년도 예산안을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처리한다. 위 예산을 다루기 위한 본회의는 12월9일 오후 2시에 개의한다」고 적혀진 합의문이 한 장 놓여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찜찜한 표정으로 돌아가며 서명을 했다. 특히 장부총무는 두번째 문구 말미에 처리가 아니라 개의라고 적은 것이 맘에 걸려 한화갑(韓和甲) 총무와 상의한 끝에 마지못해 합의해 주고 있던 터라 표정이 밝지 못했다. 한총무는 전화에서 『내부 강경파들을 의식해 야당측이 처리라는 말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수용을 지시했다.

한총무의 양해는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총무와의 사전교감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전 11시께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박총무는 복잡한 당내 사정을 설명하고 『오늘은 예결위만 하고 본회의는 내일 하자』고 제의, 한총무의 동의를 얻었고 자민련도 이를 받아들였다.

수석부총무회담이 끝난뒤 국민회의는 오후 1시30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대부분 의원들은 『반드시, 정말로, 참말로가 벌써 몇 번째냐』고 푸념하면서도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했다.<신효섭·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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