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엄중경고’로는 부족하다(社說)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엄중경고’로는 부족하다(社說)

입력
1998.12.09 00:00
0 0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육·해·공군에서 잇달아 발생한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천용택 국방장관에게 엄중경고조치를 내렸다. 군 전체가 총체적 부실상태가 아니냐는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고조치만으로 국민이 납득할지 의심스럽다.70만명 가까운 군을 유지하느라면 사고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엔 사건사고가 너무 잦고, 그 내용도 어처구니가 없다. 10여일 사이에 9건의 사고가 발생, 10명이 죽고 17명이 다쳤다. 전차에 머리가 끼거나 바퀴에 깔려 죽는가하면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등 가지각색이다. 그것으로 부족해 미사일이 오발하고 불발탄이 폭발했다. 군 기강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는 사고들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장관을 경고만하고, 일부 일선지휘관을 보직해임하거나 징계위에 회부하는 것으로 문책이 끝난다면 「큰 사고에 책임지는 사람 없다」는 비판에 할말이 없게 된다. 병무나 방위력 개선사업의 문제점이 제기될 때도 책임불감증과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구태의연한 지휘통솔이 「기강부재」라는 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책임이 없는 곳에 군 기강이 서고 군사기가 오를리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부대지휘 방법, 노후한 장비에 관리마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투력이 향상될리 없다. 자연히 정신자세가 흐뜨러져 사건 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문책은 항상 미온적이었다. 이같은 책임불감증을 불식시키지 않으면 군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군은 7일 연이은 사고에 대한 군수뇌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재발방지와 군기강 확립책을 모색했다. 군수뇌들이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기대했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천장관은 사의표명은 커녕 대통령의 문책내용이 발표되기도 전에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강군육성은 기강 확립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부재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난번 잠수정침투 및 강화도 간첩선사건, 각종 병무 및 방위력 개선사업 비리, 이번에 터진 미사일 오발사고 등으로 군을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다. 국방장관과 군수뇌들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통해 군이 다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