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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영화 개방 제2탄은 ‘가게무샤’/구로사와 감독作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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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영화 개방 제2탄은 ‘가게무샤’/구로사와 감독作 12일 개봉

입력
199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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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靜­動의 조화·그림같은 영상/16세기 중엽 日 그린 시대극일본영화 개방을 『해외수상작부터』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은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였을 것이다. 1942년 「스가타 산시로」(姿三四郞)에서 93년「마다다요」에 이르는 52년의 영화인생을 마치고 9월6일 88세로 세상을 떠난 일본 최고의 감독. 굵직한 영화제에서 10여차례 수상했으면서도 90년 아카데미특별공로상 시상식에서 『난 영화를 잘 모릅니다』라고 말했던 거장. 「하나­비」에 이어 일본영화 2호로 그의 「가게무샤」(影武者)가 12일 선을 보인다. 상업성을 중시하는 일본영화사들이 그를 외면하던 80년. 미국 폭스사가 돈(460억원)을 대고 그를 존경하던 프랜시스 코폴라와 조지 루카스가 해외판 공동제작을 맡아 완성시킨 작품이다. 그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따냈다.

「천국과 지옥」(63년)이후 18년만에 시대극으로 돌아온 감독은 혼란기인 16세기 중엽을 무대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오는 휴머니즘을 찾아낸다. 가게무샤란 중요한 인물의 안전을 위해 대역을 하는 무사. 오다 노부가나(織田信長)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두려워한 최고 영주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죽자 그의 가게무샤가 된 좀도둑(나카다이 다쓰야). 영화는 경박하고 무식한 그가 점차 영주처럼 변하고, 그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 쫓겨난 뒤 다케다가문이 멸망할 때까지의 3년을 그렸다.

움직임과 소리로만 표현한 대규모 전쟁장면이 주는 비극성에 세계가 놀랐다. 신겐과 가게무샤가 대화하는 도입부 10분의 롱테이크는 가부키(歌舞伎)의 단순한 양식을 떠올리게 하고 영상은 한 폭의 회화같다. 바람 비 천둥같은 자연환경이 상황과 심리를 묘사한다. 정(靜)과 동(動)의 적절한 사용, 중간중간 가게무샤의 코믹한 행동으로 긴장을 유연하게 조율하는 솜씨. 역시 거장은 거장이다. 18년이 지나도 이끼가 끼지 않았다. 국내 개봉은 162분짜리 해외판이다. 배급권을 갖고 있던 폭스사가 재빠르게 들여왔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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