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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권오길의 생물이야기: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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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권오길의 생물이야기:28)

입력
199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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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긴 두다리는 수컷의 교미器 역할인간은 누구나 제 눈 앞에 있는 것만 크게 보고 제 일로 보기 십상이다. 지구에 있는 물도 강물이 다인성 싶으나 민물은 지하수나 빙하를 모두 합쳐도 고작 3%에 못 미치고 97%가 모두 바닷물이라 한다.

이 광활한 바다에 활개치고 다니는 오징어라는 동물을 잘 뜯어보면 좀 괴이한 구조를 하고 있으니 열 개의 긴 다리가 하나의 머리(몸통)에 붙어 있고(그래서 두족류라 한다) 끝에 삼각형의 지느러미 돌기가 나와 있다. 오징어를 묵어(墨魚)라고도 하는데 먹물주머니를 갖고 있는 것도 이 놈의 특징이다.

오징어에 어(魚)자가 붙었지만 어류는 아니고 달팽이 조개 고둥무리와 함께 연체동물에 속한다. 이들 동물은 필자가 전공한 분야로 몸 밖에 탄산칼슘으로 된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두족류는 껍질이 몸 안에 들어가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갑오징어(뼈오징어)로 갑(甲)이 뼈가 아니고 껍질인 것이다.

오징어나 낙지의 다리 중에서 유달리 두 개는 길어서 구별이 된다. 암수가 교미할 때 서로 포옹하고 특히 수컷은 다리 끝에다 정자를 모아서 암놈의 질에다 넣어주는 교미기(交尾器)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부속지를 다리라고 부르는데 서양사람들은 팔이라고 하니 생물 하나를 보는 눈도 이렇게 서로 다르다. 그러니 서로의 문화가 엄청나게 다른 게 아니겠는가.

이것을 묵어라고 했다는데 오징어는 큰 물고기가 달려들면 순간적으로 잉크주머니의 먹물을 쏟아 붓고 도망을 간다. 잡아 먹으려고 온 물고기놈들은 먹물냄새에 현혹되어 그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오징어의 「연막작전」에 놀아나고 만다. 헌데 마른 오징어에 붙어 있는 한 개의 혹덩어리가 눈이 아니고 입(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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