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달 하순께 수출관계자 근로자 「신지식인」등 수백명을 초청해 무역흑자 400억달러 달성등을 자축하는 격려잔치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한국일보 7일자 3면참조). 연말에 대통령이 수출유공자와 근로자등을 청와대로 불러 격려하는 행사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특히 올해는 전정권의 실정(失政)으로 초래된 국제통화기금(IMF)한파속에서 재성장의 토대를 일궈냈다는 감회가 남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자축할 때가 아니다. 청와대측은 무역수지흑자 400억달러, 외화유치 85억달러, 관광수지흑자 34억달러, 대출금리 한자릿수 인하등은 「건국이래 최고기록」이라며 이를 자축하겠다고 말했다는데 정말 쓴웃음이 나온다. 무역수지흑자 400억달러는 수치상으로는 맞다. 연말까지 수출이 약 1,300억달러 수입이 900억달러선으로 추정된다니 400억달러 흑자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총액이 1,361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출은 작년보다도 뒷걸음질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던 올 한해 수출이 전년도보다 감소했다니 국민으로서는 맥이 풀리는 소식이다. 자축은 커녕 타개책 모색이 급선무다. 기업이 신규투자를 꺼리니까 원자재나 자본재수입이 줄고 국내소비가 위축되니 소비재수입이 부진한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무역흑자 400억달러 달성 자축잔치 보다는 왜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는지 반성하고 대책을 세우는 자리여야 한다.
관광수지 34억달러 흑자 역시 허상이기는 마찬가지다. IMF때문에 내국인의 해외소비가 크게 줄어 흑자가 난 것이지 전체 관광수입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외국인관광객은 작년보다 증가했으나 그들의 국내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무엇을 자축하고 격려한다는 것인가. 시중엔 응시기회마저 박탈당한 올 대졸실업자를 비롯, 실업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차분하게 경제난 회복에 매진할 때다. 소득 1만달러시대를 열었다고 흥청이다가 IMF사태를 초래한 전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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