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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헌터/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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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헌터/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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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1월부터 황의석(黃義石)씨는 국내기업의 영문명을 인터넷주소로 집중등록했다. 황씨가 국제 인터넷주소 관리를 주관하는 미국 인터닉사에 이름을 독점 등록한 규모는 재벌그룹 명칭만 42개, 기업명 204개, 브랜드 및 상품명 135개 등 1,000여개에 달했다. 이중에는 극동 금호 대림 동아 롯데 코오롱 등 재벌과, 빙그레 세모 하이트 그랜저 애니콜 등 업계의 간판명들이 수두룩했다. 이밖에도 김치 인삼 김영삼 김대중 등 다양한 도메인 네임을 등록해 두었다.■황씨가 도메인 네임에 눈을 뜬 것은 국내굴지의 재벌그룹이 캐나다 기업에 그 명칭을 선점당한 후 이를 되찾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는 소식을 알고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세계화니 정보화니 구호만 요란할 뿐 첨단기업들조차도 인터넷 주소가 왜 필요한지를 깨닫지 못할 정도로 「미개」했다. 신규등록에 100달러, 연 유지비 50달러만 내면 이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터닉사로부터 확인한 황씨는 2억여원의 돈을 끌어 모았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기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황씨가 확보한 주소의 가치는 천문학적 액수였고 이는 곧 「황의석사태」로 불렸다. 파문이 일자 황씨는 「공정한 중재자」로 한국일보를 지정하고 한국일보를 통해 주소를 나누어 주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집현전」이라 명명한 벤처재단의 설립이었다. 황씨는 지금도 『한국의 젊은 「인터넷 인력」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며 체계적 조직화를 희망한다.

■황씨의 발상은 요즘 유행어로 하면 벤처정신이기에 충분했다. 그 정신이 너무 넘쳐 시대와 사회가 따르지 못했을 뿐이었다. 만일 어떤 외국인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수백 기업이 당하고 그는 돈방석에 앉았을 것이다. 세계최대 합병사인 미국 엑슨 모빌사의 회사명을 선점등록해 화제인 문상혁(文祥赫)씨는 세계 「도메인 헌팅」 대회의 통쾌한 우승자인 셈이다. 거대자본에 대한 개인의 승리이자, 다국적 공룡기업에 날린 한국인의 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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