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늘더라도 실업대책 세워야”/좌승희 원장 “구조조정 단기성과 집착 정부개입 지나치면 부작용 초래”/나이스 국장 “고금리 정책 등 완벽은 아니지만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내얼굴 기억하는 시민 줄어들기를…”『서울거리에서 하루라도 빨리 내 얼굴을 기억하는 시민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부와의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 상환협상을 위해 방한한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지역담당국장은 6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과 대담을 갖고 우리나라의 IMF 조기졸업을 이렇게 기원했다. IMF체제로 상징되는 한국의 경제 대수술을 집도한 나이스 국장은 『기업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과 실업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좌원장 국민들은 과연 언제쯤 한국이 IMF체제를 졸업할 수 있을까에 궁금해 합니다. 특히 내년 IMF에 대한 조기 외채상환 결정여부가 하나의 신호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스국장 한국은 1년전 IMF에서 빌린 외채의 상환만기를 원칙적으로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를 연장할 것인가 여부는 외환보유액등을 고려한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정부가 자발적으로 빨리 갚는다면 국민들의 자신감 회복은 물론 대외 신인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6개월 연장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18일쯤이면 어느정도 방향이 가시화될 것입니다.
▲좌원장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IMF의 외환위기 이후 시행했던 고금리·긴축처방을 재평가해주십시요.
▲나이스국장 단기간에 주어진 선택범위내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고정환율제를 도입해 환율을 안정시킬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 맡길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환율을 고정시킨다면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늘어나는 반면 시장에는 돈(달러)이 부족하게 됩니다. 금리조정은 100% 필수적인 조치였습니다. 금리와 환율을 고정시킬 경우 현정부가 정치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에 대한 IMF프로그램이 완벽했다고 볼 순 없지만 당시의 상황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좌원장 정부가 구조조정에 주력해왔지만 일부에선 단기적 성과에 급급,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입니다.
▲나이스국장 정부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은 금융기관과 채권자들의 기능을 정상화 시켜 독자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뛰어들어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좌원장 구조조정은 기업의 규모를 슬림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이 목적입니다. 이때문에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너무 덮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됩니다.
▲나이스국장 실업은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입니다. 재정적자 추가확대를 통해서라도 실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실업대책 없이 기업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했던 1년전은 한마디로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고통이 적은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그만큼 고통기간의 연장을 의미합니다.
▲좌원장 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이스국장 빅딜은 진행중인 현재상황이어서 속단할 수 없습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지는 강합니다. 각 산업별 전문가들이 빅딜의 타당성에 대해 따져봐야 합니다. 빅딜의 성과는 장식품이어선 안됩니다. 각 산업분야의 시장원리에 맞춰 생산성 제고를 기대할만한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좌원장 내수진작을 통한 불황탈출 노력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내수진작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수출여건의 개선도 주변국가들의 상황을 볼때 걸림돌이 많다고 봅니다.
▲나이스국장 재정적자의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은 경기회복을 위해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경기침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수출에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의 투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수출경쟁력을 갖춰도 해외시장 여건이 이를 따라주지 못합니다. 소비가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앞날의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수출 역시 내수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내수진작은 최소한 6개월후 그 성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좌원장 한국경제가 내년에는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경기전망이 있습니다. 이에대한 IMF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나이스국장 동아시아국가들을 비롯해서 한국주변국가들의 경기가 내년중 바닥에 이른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은 예상외로 더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내수시장의 침체를 탈출할 수출여건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정리=장학만 기자>정리=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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