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에 함께 근무하고 있는 중국인 저 선생이 내게 자주 들려주던 이야기이다. 올 여름 저선생은 부인과 함께 대전에 친구를 만나러 갈 일이 있었다. 하지만 열차표를 살 때 발음상의 실수로 인해 뜻하지 않게 서해안의 대천역에서 내려야 했다. 이 사실을 안 대천역장은 당황해하던 저선생 부부에게 오히려 사과하고, 대전까지 가는 열차를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 승무원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부탁하여 저선생 부부는 무사히 대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전에 도착하자 한 아주머니가 자진해서 개찰구까지 안내하고, 저선생의 친구와 연락이 된 것까지 확인을 해주더라는 것이다.이런 일들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아주 일상적인 것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저교수가 받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다. 나도 한국에서 숱한 일상을 겪으면서 똑같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물건값을 알아듣지 못해 지폐를 꺼내 주인에게 계산하도록 하였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단 한 번도 바가지를 쓴 적이 없었다. 또 한 번은 한국친구 가족과 함께 등산을 하는데 정상에서 도시락을 먹은 후 그들이 쓰레기를 손수 비닐봉지에 담아 내려와서는 산 입구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또한 지하철에서 노인과 장애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거리에서 경찰이 있건 없건 간에 스스로 교통질서를 지키고, 남과 부딪치거나 발을 밟았을 때에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흔한 일상 속에서 나는 한국의 밝은 사회분위기와 국민의 자질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사회발전의 기초이며 민족중흥의 희망인 것이다. 한국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유가사상이 시작된 중국의 사회분위기와 국민의 자질은 한국과 비교할 때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개혁개방 속의 중국인이 한국경제 발전의 경험을 열심히 배우면서 또 한편으로 더 배울만한 다른 무언가가 한국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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