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 바로 키우면 우리사회가 정화됩니다”/이혼자녀 등 맡아 수개월서 2,3년씩 길러/입양꺼리는 사회의 ‘대안’『유학시절 비행기표를 벌기 위해 미국으로 입양가는 어린이를 동반한 적이 있었다.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보면서 40세가 되면 버림받은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그 약속을 지켜 40세가 되던 94년부터 지금까지 8명의 어린이를 키워온 박영숙(44) 주한 영국대사관 공보실장. 가난이나 부모의 이혼으로 맡겨진 아이들을 몇 개월에서 길게는 2,3년씩 길러왔다.
수양부모경험이 있는 미국인 시어머니의 격려로 시작한 수양부모노릇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가 아파 한밤중에 병원으로 쫓아갈 때면 「친부모는 대체 뭘 하고있나」는 원망도 생겼고 입양아와는 달리 의료보험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어둡던 아이들이 점점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외아들(중1)이 타협과 양보를 배우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돌봐준 덕분에 부모들이 직업을 가져서 찾으러 오는 것도 기쁨이었다.
『버려진 아이들을 바로 키우는 것이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방법』이라는 그의 신념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IMF이후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주변에 수양부모를 권유, 20쌍의 부부가 25명의 아이를 맡게 된 것. 4월 수양부모협회도 결성한 이들은 세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아이들의 문제행동, 친부모와의 관계등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부모교육도 실시한다.
요즘 수양부모지원자들이 많아졌지만 아이를 맡기는 데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다. 그는 『아이가 한 가정에서 오래 지낼 수 있으려면 아버지의 직업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부유하지는 않아도 방이 3개 이상이어야 한다. 남자아이가 있는 집에 여아를 보낼 경우 최소한 7세 이상 차이를 둔다』고 설명한다.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입양을 꺼려하는 한국사람에게 수양부모제는 대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