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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stalking/인간 진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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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stalking/인간 진드기

입력
1998.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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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사랑해서 쫓아다닌다지만 끝없는 감시·폭행·살인까지/통신수단발달·인격장애 증가따라 그 양상 정도가 심해진다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상대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채 따라다닌 행위. Stalk는 ‘당당하게 걷는다’, ‘살금살금 따라간다’는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스토킹에는 좋아하는 상대를 따라다니는 유형과 아주 당당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소개로 두어달 만난 여자인데 회사로 자꾸 전화해서 안만나주면 인사과장에게 자기를 성희롱했다고 말하겠다고 협박하더군요.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으면 이상한 얘기를 하고, 업무가 마비될 지경으로 전화를 해댑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사정해도 소용이 없습니다(직장인 K씨·29)

초등학교때 남자 짝을 대학에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다며 내가 싫다는데도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듯 막무가내로 쫓아다니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그가 나를 차에 태워 으슥한 곳으로 끌고가서는 청산가리가 든 주사기를 들이대며 같이 죽자고 위협하기까지 했습니다(대학생 H양·20)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다니는 스토킹(stalking)이 신종범죄로 확산되고 있다. 배우나 가수같은 대중스타 혹은 헤어진 아내나 연인, 회사 동료를 표적으로 삼아 집요하게 그들 주변을 맴돌면서 감시하고 더 나아가 자기 뜻대로 되지않으면 폭행, 살인까지 저지르는 스토킹. 이로 인해 직장과 가정생활이 파괴되거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토킹은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미국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자수는 연간 170만명에 달하며 여성 피해자가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최근 여류시인 C씨(37)를 쫓아다니던 30대 남자가 경찰에 입건되고 가수 김창완씨가 11년동안 자신을 쫓아다니며 괴롭혀온 찰거머리 팬을 고소하면서 스토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유명인이나 인기스타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들이 스토킹의 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여성들의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연구소가 간호사 1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경험이 있는 사람은 35명(33%)이며 이중 15명은 6개월이상이나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인간 진드기」 스토커(스토킹 가해자)의 사냥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 접수된 스토킹 피해실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 수련을 한다는 사람이 전생의 인연으로 같이 살아야 한다며 매일 집근처로 찾아와 서있다.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서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해놓겠다고 협박했다』『1년정도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아침, 저녁으로 집앞에서 기다리고 호출기에 협박메시지를 남겨놓곤 했다. 진짜 헤어져주겠다며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자기에 나갔다가 여관으로 끌려가 강간당했다…』

스토킹은 도시라는 익명성, 통신수단의 발달, 개인정보의 유출, 인격장애자의 증가 등에 따라 그 양상과 정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스토커는 자신의 「우상」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 익명의 가면을 벗고 우상을 소유하기 위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미행 편지 전화 선물 등 간접적인 방법에서 차츰 방문 협박 감시 밀착미행 폭행 살인으로 발전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정에 대한 왜곡된 심리가 자신의 표적을 소유하고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하는 이상 성격으로 발전함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스토커들은 대부분 『사랑해서 편지 보내고 선물한 것도 죄냐』고 반문한다. 또 대부분 사람들도 『뭔가 그럴만한 빌미를 줬으니까…』하면서 스토킹 피해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는 상상외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다.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불안, 외출공포, 악몽, 지나친 경계심, 대인공포, 전화공포, 사회생활기피 등 후유증이 나타난다.

그러나 스토커들로부터 추적을 받게 되면 현재로선 전화번호와 통근경로, 직장을 바꾸거나 이사를 하는 등 수동적인 방법외에 별다른 보호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공권력이나 사회의 관심이 그만큼 낮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사관계자들도 사적 사건으로 치부하거나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며 가볍게 처리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볼때 우리나라도 앞으로 스토킹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주에서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이시형박사는 『스토커는 자립한 여성, 힘센 여성에 대해 의존적이고 나약한 현대 남성들의 미련이자 집념』이라며 『우리사회는 점점 스토커가 양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남대희 기자>

◎미국의 反스토킹법/위헌논란 속에도 대부분 주에서 제재법률 제정

미국에서 스토킹을 제재하는 강력한 법이 만들어진 것은 90년대 들어서이다. 그전 까지만 해도 귀찮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스토킹행위가 폭력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 스토킹(ANTI­STALKING LAW)법을 제정한 첫번째 주는 캘리포니아이다. 캘리포니아를 필두로 90년 부터 지난해까지 미네소타주를 제외한 49개주가 스토킹 몰아내기에 동참했다. 미네소타주는 법원에서 모호한 표현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려 현재 반 스토킹법이 없는 유일한 주로 남아 있다. 텍사스주는 93년 제정된 법안에 대해 96년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비헌법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지난해 1월 죠지 부쉬주지사가 수정법안을 통과시키는 파란을 겪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주가 의도적, 악의적, 반복적으로 타인을 뒤쫓고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도에 따라 합·불법의 차이가 있다. 두려움을 야기시키는 모든 스토킹에 대해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주가 있는 반면 긴급하고 명백한 폭력의 위협이 있는 상태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주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주가 손으로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거나 기분나쁜 편지, 전화를 하고 혹은 죽은 짐승을 보내는 등의 명백해 보이는 위협을 스토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스토커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피해자를 괴롭히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뉴멕시코주의 경우에는 스토커에 대해 1년이하의 징역이나 4,00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고 있지만 미시간주에서는 1년이하의 징역 혹은 1,000달러의 벌금을 내리는 등 처벌 정도도 다르다. 또 폭력과 위협의 정도에 따라 경범죄(MISDEMEANOR)나 중죄(FELONY)로 취급된다.

96년에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토커로 규정된 범죄자는 주 접경을 넘나드는 것을 금지하는 반 스토킹 연방법이 마련됐다.

그러나 반 스토킹법안은 천차만별인 스토킹을 규정하는 문구의 모호함으로 인해 자주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스토커의 변호사들은 법원 재판과정에서 한결같이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들어 비헌법적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스토킹범죄가 날로 지능화하고 있고 스토킹의 유형만 거의 90개에 달해 불법과 합법적 스토킹을 가리는데 따른 어려움도 있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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