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키스」(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튄다. 관객들은 무대 앞의 긴 계단에 신을 벗고 쿠션에 기대앉아 방 안을 엿본다. 방은 온통 오렌지색. 남자들은 웃통을 벗어던졌다. 반복되는 성행위가 에로틱한데 튀는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성(性)을 조명한 점이 유다르다.언어의 소통에 실패한 인간들이 섹스로 소통을 꾀하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예술의전당 최초의 「연소자 관람불가」일까. 「우리시대의 연극시리즈」라는 젊은 연출가 초청공연인데 중년관객들이 더러 눈에 띈다.
「미친 키스」는 은유적이다. 조광화는 이 작품을 「최후의 사적(私的)인 연극」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조광화의 희곡쓰기를 충동질한, 자기만의 내밀한 욕망과 사유를 고스란히 담았기에 사적이고, 「남자충동」 이후 대중적 만남을 중시하게 됐기에 마지막이다. 극중 교수의 대사, 『말을 뱉으면 이미 맘 속의 생각과는 달라져. 그러니 약속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마음이 가는대로 몸이 좇으면 그 뿐』, 『욕정은 왜 열정이 아닌가. 몸의 열정과 정신의 그것은 왜 구분되어야 하나』라는 말에서 조광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미친 키스」는 익숙하다. 소통의 욕구는 거꾸로 단절을 낳고 성에만 탐닉하게 된다는 주제, 삶의 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허무한 인간형, 고전의 예술형식을 거부하고 남은 감각과 이미지들…. 영화같은 소설, CF같은 영화가 얼마나 90년대를 풍미했는지. 연극적 맛은 없는 「미친 키스」는 「차용된 장르」일 뿐이다.
조광화는 끈적한 무대에 유머를 풀어 긴장이완의 조절력을 보여준다. 이제 그에겐 「사적 연극」보다 「대중적 연극」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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