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등 내사직원 출근않고 수사촉각/업무마비 시민만 골탕기초 자치단체들의 민원부서가 개점 휴업상태다.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사정이 계속되면서 공직사회에 몸사리기가 만연,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당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건축과는 건축비리와 관련, 이달초 건축 1·2계장 등 직원 6명이 구속되거나 수배중이고 내사를 받고있는 직원들까지 출근하지 않아 업무가 거의 마비상태다. 이 때문에 민원인들이 발길을 돌려야 한다. 타부서 직원들이 대신하지만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하루 30여건이 넘게 쌓이는 서류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검찰과 경찰의 저인망식 사정이 몰아치고 있는 서울의 강남 강북 영등포 노원 서초구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관련자는 물론 결재선상에 있는 상급자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사정 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단합대회나 송년모임 등은 의심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모두 취소됐다. 일부에서는 도청(盜聽)을 우려해 상사가 부하 직원과의 전화통화조차 꺼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3월에 이어 또다시 건축·위생과 직원들이 대거 조사받고 있는 강남구는 하루가 멀다하고 직원들이 검찰로 불려가 부서마다 어수선한 분위기다. 구청 감사실의 한 관계자는 『민원부서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인사가 예정돼 있어 전체적으로 일손을 잡지 못하는 상태』라고 실토했다.
특히 일부 자치단체들은 「탐관(貪官) 1대1 밀착감시제」를 도입, 동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케 하는가 하면, 비리고발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거나 고발우수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조직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시장과 시의회의장까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경기 안양시는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채 검찰의 수사확대 방향에, 선거법위반 혐의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서울 중랑구와 도봉구 등은 선고형량에 각각 촉각이 곤두서 있다.
조직이 얼어붙다 못해 살벌해지자 일부 자치단체들은 사기저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지난달말 직원 17명이 비리로 적발된 경기 수원시는 시장이 구속되거나 사표를 낸 공무원들의 가족을 직접 찾아 위로했다. 인천시는 「청렴도 지수제」를 도입해 상대적으로 성실한 직원을 배려하기로 했다.
이같은 공직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공무원들은 『속칭 「물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반응과 함께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선량한 대다수의 공무원들까지 사기가 위축돼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공직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며 『매년 반복되는 비리수사가 부정부패 근절 대책없이 실적과 건수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고 말했다.<김호섭·손석민 기자>김호섭·손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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