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남아 최근 수출대금 미지급 사태에/L/C 매입한 은행선 이자까지 변제 요구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은행들이 신용장(L/C)을 발급하고도 잇따라 수출대금 지급을 거부, 수출업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일부 은행들은 수입업자로부터 대금을 받고서도 외화부족 등을 이유로 대금지급을 미루고 있다. 올8월 중국 섬유수입업체에 60만달러의 원사제품을 수출한 K사는 L/C를 개설한 중국 웨이하이(威海)의 투자신탁공사(ITIC)가 『수입상에게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수출대금 지급을 거부, 큰 피해를 보았다.
K사에서 L/C를 매입한 국내은행은 ITIC에 몇차례 지급독촉서를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고 결국 K사가 대신 책임을 져야 했다. K사 관계자는 『신용장 개설은행은 대금회수에 관계없이 돈을 지급해야 하는 게 국제적인 관례』라며 『더구나 ITIC는 수입업체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고도 외화부족을 이유로 지급을 미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H사도 이러한 피해사례가 올 들어서만 5∼6차례에 달했다. 중국측 은행이 터무니 없는 하자로 트집을 잡거나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하이난(海南)성의 후에이통은행은 6,000만달러의 L/C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많은 국내업체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더구나 L/C를 매입한 국내은행은 중국측 은행에 몇차례 지급 독촉후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즉각 수출업체에 대금변제를 요구, 업체들은 원금에 20∼25%에 달하는 연체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형편이다.
H사 관계자는 『신용장에 하자가 없고 중국측 은행이 L/C 인수통보까지 했는데도 모든 책임을 은행약관에 따라 업체가 떠안아야 한다』며 『억울하지만 은행의 L/C네고를 받으려면 불평등약관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국내은행들이 손쉬운 해결을 위해 협의나 독촉을 통해 상대은행에서 대금을 회수하기 보다는 수출업체에 변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수출거래를 끊을 수도 없는데 위험지역에 대해서는 수출보험 가입도 사실상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수출업체가 대금을 변제하는 것은 은행관리규정이나 약관상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한일은행 외환담당자는 『독촉장을 보내도 중국측 은행의 응답이 없고 소송으로 대금을 회수하기엔 시간·비용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지역에서 이러한 피해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처럼 L/C네고 은행이 협의와 소송절차를 통해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대금회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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