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낸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국민건강 보험법안은 봉급생활자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연금법 개정안은 내년 4월부터 가입자의 월 보험료는 50% 올리고, 노후에 받게되는 급여수준은 평균소득액의 70%에서 60%로 낮추고 있다. 국민연금을 도시 자영업자에게 확대적용함으로써 전국민에게 연금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존 가입자인 직장인이 내는 돈(연금보험료)은 큰 폭으로 많아지고 받는 돈(연금급여)은 줄어들게 된 것이다.88년 국민연금을 시작할 때 정부가 월 보험료에 비해 급여수준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하여 국민에게 감당 못할 장밋빛 꿈을 심어준 것부터 잘못이다. 관리공단은 또 10년 동안 연금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하여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국민연금의 안전을 위해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철저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잘못 관리한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 보험법안은 2000년부터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통합의 이유로 사회보장 원칙을 실현하고, 국민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통합될 경우 지금의 재산보험료를 없애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부과하게 되는데, 전국직장의료보험노조 등은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직장 가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봉급생활자는 소득파악률이 100%인데 도시 자영업자는 22% 수준이며, 농어촌 주민은 50% 정도라는 점을 들어 통합이 직장인에게만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통합이 되면 직장인 보험료가 36.9% 이상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직장 조합의 적립금 2조5,000억원도 결국 지역 조합으로 흘러들어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지역조합은 적자, 직장조합은 흑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국민통합에의 기여 등을 고려할 때 의료보험 통합은 추진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세부적 운영 면에서 개선돼야 할 점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새로운 제도가 가뜩이나 IMF 체제아래 수입이 줄어든 봉급생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도시 자영업자의 소득을 좀더 분명히 파악하는 방법 등을 개발하여 보험료 부과체계가 균형과 설득력을 갖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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