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대통령비서실로 이관”/여 “개혁 의도적 무시 발상”85조원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이 결국 총규모의 0.0024%에 불과한 20억원에 발목이 잡혔다. 여야는 법정시한을 이틀넘긴 4일에도 이른바 「제2건국 추진위」운영경비 20억원의 처리를 놓고 답답하다 못해 보기 딱한 설전을 계속했다.
몇차례 홍역은 치렀지만 그런대로 넘어갈듯 했던 사안이 다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것은 한나라당이 3일 오후 늦게부터 돌연 이 문제를 되잡아채면서부터. 한나라당은 그동안의 협상을 통해 문제의 20억원에 대해선 「양해」한다는 전제아래 행정자치부의 고학력실업대책 예산 600억원으로 표적을 옮겼다.
하지만 이 600억원도 소관부처 변경등으로 어렵사리 타결되는 듯한 기미를 보이던 와중에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신변보장 각서」요구설이 불거지자 한나라당은 갑자기 U턴, 20억원을 다시 물고 늘어졌다. 요구인 즉, 『제2건국운동을 인정할 수 없으니 그 예산을 아예 삭감하거나, 대통령 자문기구인 만큼 차라리 대통령비서실 예산으로 돌리라』는 것.
이같은 야당의 요구는 명분상 여당에 「굴복」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여긴 여당도 경직되기는 매한가지였다. 『50년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국민적 개혁에 나선 김대중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야당의 복선에 말려들 수 없다는 논리였다. 전액삭감을 받아들일 지언정 대통령비서실 예산으로 전용하는 「수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여야 협상을 격려하기 위해 예결위 회의장에 들른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총무도 『나라를 망쳐놓은 야당이 도대체 양심이 있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래저래 이날 여야 협상에선 「제2건국운동」의 성격과 실질적 내용에 대한 검증은 실종되고 정치적 공방만 난무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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