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과 달리 지역구선 “왜 못세우냐”한나라당 대구·경북(TK)의원들은 요즘 또다른 고민에 휩싸여있다. 「TK 홀대」등을 이유로 당직을 거부해 왔던 의원들이 우여곡절 끝에 당직을 수락키로 결정, 「TK반란」을 일단락지었지만 최근들어 당방침과 달리 김영삼(YS) 전 대통령 부자를 경제청문회에 불러내라는 지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당사무실과 의원회관 등에 쇄도하는 TK유권자들의 「닦달」내용은 대강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는데, 왜 YS는 증언대에 조차 못 세운다는 말이냐. 우리가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표를 몰아 준 것은 대통령 돼서 YS를 혼내주라는 뜻에서였다. YS가 김대중(DJ)씨를 돕는 바람에 선거에 졌는데도 왜 YS를 감싸고 도느냐』로 요약된다. 지역민들의 성화가 이처럼 거세다 보니 청문회 자체를 반대하는 의원들조차 지역구에 내려가면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경북지역의 한 의원은 『반DJ정서 못지않은 반YS정서를 앞세운 분풀이성 요구이긴 하지만 면전에서는 「여러분들 이야기가 맞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도가 지역에 따라 적게는 5∼6%, 많게는 10%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TK의원들은 당직파문을 최종 마무리 지은 2일 저녁의 이총재 「집단면담」에서도 이같은 지역여론을 전달하며 자신들의 곤혹스런 처지를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뿐, 당 방침을 거스르면서까지 이 문제를 공개거론할 처지도 아니어서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YS를 청문회에 불러내라는 유권자들의 울분어린 항의는 어차피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면서 『다음 총선의 표만 의식한다면 유권자들의 뜻을 따라야겠지만 그랬다간 당장 당이 시끄러워질 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다른 의원은 『YS문제는 TK와 PK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핵폭탄』이라며 『영남이 또다시 갈라지면 다음 정권도 기약할 수 없어 「지역따로 중앙따로」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