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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축소 문제있다/姜守乭 고려대 교수·노사관계(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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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축소 문제있다/姜守乭 고려대 교수·노사관계(한국시론)

입력
1998.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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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어 당장 내년부터 신정연휴는 이틀이 아니라 첫날 하루만 쉬도록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 표면적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정서가 전통적인 음력 설날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정과 구정을 모두 쇠는 지금의 제도는 「2중과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2월 들어 갑자기 터져 나온 논의라 국민들은 매우 당혹해 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논의는 단지 신정연휴 축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경일 제도의 재검토라는 보다 큰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즉 일부 국무위원들의 건의에 따라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하는 대신 식목일과 개천절은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날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의는 그냥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따라만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절차상의 문제이다. 공휴일 축소 문제는 단순히 쉬는 날을 이틀로 하느냐, 하루로 하느냐 하는 한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시간주권의 문제요, 생활주권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국민이 자신의 삶의 시간에 대해서 주인의식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공휴일 문제도 어느날 갑자기 정부가 결정해서 관련 규정을 서둘러 고친 뒤 위로부터 찍어내리듯이 시행하면 그만인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우리 모두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에 정부는 일단 내부 방침이 정해졌더라도 겸허한 자세로 시간을 갖고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신정을 하루만 쉬기로 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실은 지난 달에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신정연휴 축소를 건의했을 때 정부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2000년으로 유보시킨 터였는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제에도 없던 것이 갑자기 「2중과세 문제」제기로 단숨에 결의까지 한 것이다.

둘째, 근거상의 문제이다. 앞서도 나왔듯이 정부는 구정과 신정을 모두 쇠게 되면 이른바 「2중과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구정을 설날로 쇠고 있기 때문에 신정연휴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도 신정 공휴일 축소의 근거로 작용한 듯하다. 여기서 2중과세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국민들에게 이중의 피해를 주는 것으로 좋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이 때 2중과세라는 것은 「세금부담을 이중으로 진다(課稅)」는 말이 아니라 「설을 두 번 쇤다(過歲)」는 뜻이지 않은가. 우리가 음력과 양력이라는 두 가지 달력제도를 동시에 쓰고 있는 한,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이를 즐거이 받아들이는 한, 설을 두 번 쇤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석가탄신일(음력 사월 초파일)과 예수탄신일(양력 12월25일)을 모두 쉰다고 해서 기분나빠 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아가 장시간 노동과 높은 스트레스에 심신이 지쳐 있는 민초들은 하루라도 더 편하게 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사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처럼 한달이나 한달 반 정도의 긴 휴가를 갖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도 저녁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 실제 노동시간은 일년 평균 2,400시간 이상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1,800시간 내외,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1,600시간 정도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IMF 체제」하 대량실업의 시기에는 한쪽에는 고강도·장시간 노동이, 다른 쪽에는 실업자, 홈리스가 쌓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이의 노동시간을 사회적으로 과감하게 줄여야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해서 사회의 내부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수백만의 실업자 대열을 그대로 둔 채, 노동시간을 하루라도 더 늘리려는 발상은 결코 성공적인 정책대안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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