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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재회/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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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재회/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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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금강산관광 뱃길이 열리던 날 승객중 한사람은 품속에 간직해온 빛바랜 가족사진을 꺼내 보이며 『북한에 가게 해달라고 30여년간 매일 기도했다』고 감회를 털어 놓았다. 97세의 최고령 할아버지도, 6·25전쟁통에 한쪽다리를 잃고 목발에 의지한 해주가 고향이라는 한 참전용사도, 지척에 둔 고향과 가족들의 안부를 목말라했다. 단장(斷腸)의 반세기를 살아온 실향민에게는 생전에 헤어진 가족들과의 재회가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여생이 얼마남지 않았기에 초조함은 더욱 더 할 수밖에.■얼마전 서울의 한 실향민이 북한초청으로 입북, 반세기만에 헤어진 동생과 만나고 온 사실은 꿈만 같다. 750만 이산가족들에게 재회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평남 강동군이 고향이라는 이 실향민은 재력가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기에 그의 순수한 가족방문은 더욱 값지고 소중하다. 일주일간 북한에 머물면서 동생을 만나도록 배려한 남북당국의 선의가 눈물겹다. 인도적 재회의 불씨를 살려가도록 해야 한다.

■헤어진 혈육이 다시 만나는 것은 인륜의 문제다. 이를 가로막는 일이야 말로 천륜을 거역하는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남북은 반세기 동안 상호 반목과 불신의 벽을 높이 쌓았다. 그러나 마침내 길은 뚫렸고 물꼬는 트였다. 이산가족상봉 목적의 방북이 줄잇도록 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속담처럼 상봉이 줄잇도록 말이다.

■최근 실향민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의미있는 변화들이 있다. 장전항 출신의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어머니의 생사를 확인한 일이나, 북측 안내원들이 『내년 봄까지만 기다리라』고 입을 모았다는 사실은 결코 빈말이 아닌 것 같다. 또 최근 평양방송의 북한가족이 남한가족에게 띄우는 편지방송도 그저 통상적인 선전차원같지만은 않다. 다가오는 새봄이 정말 해빙의 계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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