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비」(花火)가 5일 개봉된다. 일본영화 국내상영 1호. 영화는 감독이자 배우, 시인이자 화가인 만능재주꾼, 할아버지가 한국인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51)의 7번째 작품이란 사실을 알리며 시작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대상(황금사자상)을 받았으니 개인적 취향에 따른 호(好), 불호(不好)를 떠나 작품성은 인정받은 셈이다.사실 「하나비」는 특별한 영화가 아니다. 제목을 「불꽃」 이 아니라 「꽃 불」로 규정한 것처럼 삶과 사랑(花), 죽음과 폭력(火)을 다룬다. 복잡하거나 난해하지도 않다. 중년형사 니시(기타노 다케시)가 은행을 털어 자신을 대신해 잠복근무하다 부상으로 불구가 된 절친한 친구이자 파트너인 호리베(오쓰기 렌)에게는 그림도구를, 죽은 후배 다나카(아시카와 마코토)의 아내에게는 거액을 보내 준다. 그리고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와 짧은 여행을 떠났다 바닷가에서 함께 자살한다.
문제는 그것을 얘기하는 언어와 방식이다. 「하나비」는 대조법을 선택한다. 친구와 후배가 다치고 죽게 된 과거와 니시의 현재, 죽음으로 가는 니시와 꽃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향하는 호리베를 끝없이 절묘하게 교차시켜 주제의 깊이를 더한다. 제목에서 부정했지만 벚꽃처럼, 불꽃처럼 타올랐다 사라지는 일본인 정서도 배어있다. 거의 말을 않는 니시와 여행이 끝날 무렵 『고마워요』라고 한 마디만 하는 아내, 그림으로 대신하는 호리베의 마음에는 일본 전통의 감춤과 상징의 미학이 있다.
「하나 비」의 힘은 살인범과 야쿠자, 니시의 무표정하면서 잔인한 폭력성이 아니다. 아주 보편적인 주제를 일본의 방식과 감정으로 다루는 재능이다. 이것을 되찾고, 이것이 유일한 생존방식이라는 사실을 아는데 20년이 걸렸다. 70, 80년대 거침없이 밀려든 할리우드 영화에 할리우드 모방으로 맞서다 국내관객의 95%까지 빼앗겼던 일본영화가 90년대 들어서 25%까지 만회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영화, 작가주의의 부활이었다.
이미 바다를 건너온 일본대중문화. 우리가 두려워하면서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는 낡은 「가게무샤(影武者)」의 사무라이가 아니다. 스크린쿼터 폐지 위기 앞에 흔들리는 한국영화. 그 해답의 하나는 분명 「하나비」에 들어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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