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희귀조인 흑두루미가 낙동강변을 떠난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헬리콥터로 먹이를 뿌려주는 등 흑두루미의 보금자리 조성에 힘을 쏟는데 우리는 지자체가 한해에 모이값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한국조류보호협의회 경북 고령지부장 박주덕(朴柱德·50)씨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말부터 어김없이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 낙동강변에 나와 북녘하늘을 쳐다본다. 96년부터 이곳에서 월동하기를 포기한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가 행여 올해는 계속 머물까해서이다.
지난달 지난해보다 개체수가 약간 많은 360여마리가 낙동강변을 찾았을 때 뛸듯이 기뻤다. 그러나 이도 잠시 모두 일본으로 날아가버렸다. 자신의 부질없는 「꿈」에 부아가 치밀었다. 모래채취와 비닐하우스 증가, 쓰레기투기, 밀렵, 모이 부족 등 철새의 서식환경 파괴를 보아온 그였기 때문이다.
91년부터 이곳에서 흑두루미를 돌봐온 박씨는 사비를 털어가며 벼와 콩, 밀이 섞인 모이를 다산초등학생들과 함께 낙동강변에 뿌려왔다. 사냥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야간에는 보초도 섰다.
80년대 초만 해도 1,000여마리의 흑두루미가 고운 자태를 뽐내며 비상하던 모습이 요즘 자꾸 눈에 아른거려 사무실에 걸린 사진을 보며 씁쓸해한다.
박씨는 『흑두루미가 수십년간 월동해온 낙동강을 등진 것은 우리의 환경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나타내는 증거』라며 『흑두루미가 돌아올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령>고령>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