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머 심철종이 문연/홍대앞 ‘시어터 제로’/24시간짜리 음악공연에 식음료입·퇴장 마음대로/무대객석 어우러져 ‘건배’도홍대앞 주차장골목 시어터 제로(023389240). 밖으로 난 계단을 4층까지 오르면 새 공연장 시어터 제로다. 4, 5층을 튼 90평. 시멘트벽 그대로에 조명기등을 달기 위한 봉들만 벽과 천장에 가로 세로로 달렸다. 작업장같은 느낌이다. 퍼포머 심철종씨가 지난달 22일 문을 열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공연들이 이 곳에서 열리고 있다. 작곡가 박창수씨는 지난달 28∼29일 꼬박 24시간12분동안 공연을 했다. 뮤직퍼포먼스 「에바다」. 오후 7시 49개의 전구가 천장에 매달리고 컴퓨터가 켜졌다. 오후 9시 피아노 첼로 콘트라베이스 오보에가 연주를 시작했다. 10간 12지 3·7일 49재 64괘등 동양철학의 의미있는 숫자들을 이용한 박씨의 「작곡」에 따라 30분에 한 번씩 한 음이라도 연주를 했다. 다른 연주자들은 들락거리며 먹고 쉬기도 했지만 박씨만은 24시간 내내 잠도 안 자고 물만 먹으며 피아노를 지켰다.
『뭔가 일어나겠지』. 관객 90여명은 새벽 2시가 넘으면서 자리를 떴다. 심심풀이로 접은 종이학이 500여 마리. 스태프와 촬영진만 남아 고단한 공연을 지켰다. 실수로 전구를 깨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날이 밝자 다시 관객이 들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면서 『지금쯤 뭘 하고 있나』하며 모인 이들도 꽤 됐다. 『숫자들을 나누고 곱하며 완전한 상태를 만들려다 보니 24시간이 필요했다』는 박창수씨. 86년 구상했지만 연주할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
심철종씨는 무대에 불을 피우고 물고기와 전자기기등을 펼쳐 놓고 모노드라마를 공연했다. 관객들에게 맥주를 돌리고 함께 마셨다. 공연중 핸드폰이 울리자 천연스레 전화를 받았다. 하재봉씨는 객석과 무대를 바꿔버렸다. 무대 위에 관객들이 옹기종기 주저앉았고 하씨는 계단 위에 올라 퍼포먼스를 보였다.
22일 오프닝공연땐 4층부터 1층까지 계단에 1,000개의 촛불과 100개의 횃불을 걸었다. 거리의 인파까지 합쳐 사상최대의 패션쇼가 벌어졌다. 지난달 23일부터 하루 3∼4편씩 계속되는 모노공연 시리즈 「솔로 앤 모노」다.
시어터 제로에는 금기가 없다. 공연중의 금기들, 즉 핸드폰 삐삐 사진촬영 식음료 입·퇴장을 막는 이들이 없다. 참 이상한 것은 관객들이 알아서 행동하는 것. 차분한 무용공연땐 핸드폰을 끄고 퍼포먼스 비누방울쇼같은 열린 분위기에선 쉴새 없이 카메라가 돌아간다.
시어터 제로는 「솔로 앤 모노」를 5일 마무리짓고 23일부터 연극 「노이즈」를 올린다. 첨단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음향·연극의 복합공연이다. 개막과 함께 로비에 바를 연다.
새로운 기준점, 시작과 끝, 비어 있는 공간. 시어터 제로가 꿈꾸는 이상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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