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하려 할때 꼭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있다. 외국 요금체계와의 비교자료다.건설교통부가 최근 내놓은 택시요금 제도개선 방안에도 「서울의 택시요금이 100이면 런던은 356, 파리 266, 뉴욕은 309」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 수치를 들어 『우리 택시요금은 외국의 3분의 1수준 밖에 안된다』며 『택시가 준(準)대중교통수단인 점을 감안, 물가안정을 위해 정책적으로 요금을 억제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뜻 「과분한」 배려처럼 보이나 이들 선진국의 경제규모나 소득, 물가수준 등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택시요금은 중국이나 태국보다 너무 비싸다』고 하면 당국자는 뭐라고 대답할까.
이런 의도적인 「발췌조작」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교통세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휘발유값 비교도 그렇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교통세 691원을 포함, 1,200원대인 반면 영국은 1,480원, 프랑스는 1,350원이라는 것이다. 실무자들은 『우리 휘발유값도 그 정도는 돼야 교통체증이 현저히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의 휘발유값이 390원에 불과하고, 심지어 우리와 같은 비산유국인 일본이 850원, 대만이 660원라는데는 입을 다문다.
틈만 나면 제기하는 고속도로 통행료인상 주장에도 승용차기준 도로 1㎞당 31.7원인 우리의 통행료와 2∼10배 수준인 선진국의 통행료 비교표가 반드시 따라 붙는다. 「일본 337원, 프랑스 82원, 이탈리아 54원 …」 그러나 영국 등 많은 나라는 통행료를 아예 받지 않는다.
무조건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불가피한 인상요인을 솔직히 설명하면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도 있다. 상투적인 단순요금 비교는 이제 그만하고 대신 서비스의 질을 한번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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