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대우그룹이 은밀히 추진중인 것으로 보도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 실현된다면 이는 5대재벌의 구조조정에 큰 물길이 열리는 것으로 의미가 적지않다.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지적했듯이 『삼성자동차의 처리가 없이 5대재벌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였다. 두 그룹간 물밑 대화가 해당 기업이 아닌 정부관계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사실도 이 거래를 기정사실화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심중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닐지라도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맞교환 구상은 이제야 비로소 빅딜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큰 거래가 시작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 이유는 첫째 재벌기업들이 서로 부실업종을 떼어내 단일법인을 세우는 기존 7개업종의 빅딜안과 달리 최초로 재벌간에 사업체를 맞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두 그룹 모두 경쟁력있는 분야에 핵심역량을 결집해 업종전문화의 취지를 살리는 상생(相生)의 거래라는 점이다. 삼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자동차사업에서 「명예로운 퇴진」을 통해 그룹의 간판인 전자분야에 전념할 수 있고, 대우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현대대우 2사체제로 재편하는 성과를 얻게 된다. 셋째 구조조정에 과감히 앞장섰다는 명분을 통해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고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적지않을 전망이다.
두 그룹간 빅딜은 부실계열사까지 움켜쥔채 머뭇거리고 있는 다른 재벌에도 과감한 결단을 재촉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나라 밖에서는 미국의 1,2위 석유회사인 엑슨과 모빌이 합치고, 대륙을 건너뛰어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미국의 뱅커스트러스트가 합병, 새로운 세계 최대의 금융기업을 탄생시키는 대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얼마 안되는 눈앞의 손실이 아까워서, 오너와 그룹의 체면이 다소 손상되는 것을 걱정해서 결단을 주저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삼성대우간 빅딜설이 나온 가운데 3일에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현대그룹이 자동차사업 부문을 하나로 통합한다고 발표, 지지부진하던 재벌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는 양상이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다. 7일 열리는 정·재계 간담회가 보다 과감하고 전방위적인 재벌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련하는 기폭제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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