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잘못하는 일이 없다. 본의 아니게 결과가 잘못되는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그 동기나 생각 만큼은 잘못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지금도 정부유관부서의 고위직에 있는 전직 장관 출신의 한 직업관료가 현직에 있을 때 이같은 공무원 절대 무오류(無誤謬)론을 주장한 적이 있다. 공무원은 직업 자체가 나라일을 하는 것이고 밥 먹을 때나 잠 잘 때나 항상 생각하는 것이 나라일인데 어떻게 나라에 해로운 일을 『일부러』 궁리하겠느냐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정부가 하는 일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수 밖에 없고 언론이 함부로 참견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었다.지금도 아주 중요한 자리에 있는 이 분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는 지금도 이 분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일부러 나쁜 일을 할 이유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그 동기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공무원 성선설(性善說)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언론이나 식자들의 공론만큼 무책임해 보이는 것이 없다. 애국하는 것이 직업인 공무원들 처럼 투철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또 일에 관한 자세한 정보나 지식도 없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왈가왈부해서 공연히 민심만 소란하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소모고 낭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렇게 철저하게 공무원 성선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도 함정이 있다. 틀린줄 알면서도 맞는다고 우기고 잘못돼가는 것인줄 알면서도 잘되고 있다고 우길 수 밖에 없는나라에 해로운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공무원들 스스로가 인정을 하고 있다. 가령 경제를 맡고 있는 공무원이 현재의 경제정책은 잘못됐으며 개선할 많은 현실적 정책대안들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곧 자신의 무능과 태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과오와 무능을 인정하고 자리를 내놓거나 문책받을 용기가 없다면 비판을 수용하고 대안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공무원들은 안되는 이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들을 한다. 지금하고 있는 것이 최선이며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을 논증해야만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 『물정을 모르고 그렇게 말들을 잘 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 그거 우리가 모르는거 아니고 그런 방법을 생각 안해본 게 아니다. 다 현실 여건이 그렇지를 못하고 그렇게 안될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못하는 거지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다』
관료집단을 개혁의 영원한 저항세력이라며 공무원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관료들이 최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자리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되는 논리를 개발하기 보다는 안되는 논리를 개발하는데 더 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안되는 논리가 이겨야 자신의 자리가 안전하다. 비판과 대안은 그 게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논증하고 지금이 최선이며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서 인사권을 가진 윗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안심하고 자리보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출, 안될 이유가 없다』는 글(11월13일자 본란)에 대해 많은 격려와 반론이 있었는데 반론요지는 『수출, 안될 이유가 많다』는 것이었다. 수출관련 부처에서 주로 나온 격렬한 반론은 그동안 수출이 왜 부진했었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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