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업종마다 1위’ 명성에 흠집「삼성의 불패(不敗)신화가 깨지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빅딜)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빅딜의 성사보다는 삼성의 자동차사업 포기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 『삼성이 해서 안되는 것 없다』는 「삼성불패신화」에 흡집이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에게 자동차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고(故)이병철(李秉喆) 전 회장의 숙원사업이자, 이건희(李健熙) 회장체제이후 가장 큰 공을 들인 작품이다. 그만큼 자동차사업의 포기는 그룹차원으로나 이회장에게 모두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향후 경영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로 창립 60년을 맞은 삼성의 그룹사에서 실패란 없었다.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건설……. 『무모하다』는 우려속에 뒤늦게 진출, 『재계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유수한기업으로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정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 불패신화는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삼성이 우여곡절끝에 95년 자동차사업권을 따내고, 올해 신차를 발표했을 때 삼성신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박세리가 세계 골프계의 여왕으로 등극하자 삼성의 명성은 굳혀지는듯 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우리는 가능하다고 믿었고 모두가 위기라고 할 때도 우리는 극복하리라 믿었습니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출시 첫해 3개월 연속 중대형 승용차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고, 기아 입찰을 전후해 내 보낸 이 광고를 통해 기아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이회장은 새정부가 자동차사업의 포기를 바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취임식에 전용차 「벤츠 600」 대신 삼성의 「SM525V」를 타고 가 자동차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3월에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사내방송을 통해 『우리도 잘못하면 망할 수 있다. 회사를 위해 생명과 재산 명예까지 내놓겠다』며 사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삼성의 자동차 포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과 대우 모두 빅딜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은 특히 대우전자와의 빅딜추진 사실이 전해진 3일 「차별화된 서비스 품질등 가치로 승부한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내 자동차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물론 삼성과 대우의 빅딜이 부채규모 및 상호지급보증 해소문제 등으로 성사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삼성이 기아입찰시 막판에서 포기한 점 등을 들어 독자경영을 하더라도 결국은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 경우 시간이 문제일 뿐 삼성의 불패신화에는 흠집이 불가피하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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